메아리 40

제723호 임금의 덕은 나라의 보배

오기(吳起)는 위나라 사람으로 병사를 다스리는 기술이 훌륭했다. 그는 일찍이 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에게 학문을 배우고 노(魯)나라의 임금을 섬겼다. 노나라에서는 그를 장수로 삼았다. 그는 군사를 거느리고 제(齊)나라를 공격하여 크게 무찔러 공을 세웠다 하지만 자기를 비웃거나 거슬리는 사람을 30여명이나 죽이고 여자를 좋아하지만 용병술(用兵術)에는 그를 따를 자가 없다고 하였다. 그는 부하병사와 고락을 같이하고 잠자리도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나누었다. 어느 날 병사 가운데 등창이 난 환자가 생기자 입으로 병사의 고름을 빨아내는 일도 서슴없이 하였다. 나라에서는 용병술이 뛰어난 오기를 서하(西河)고을의 태수로 삼았다. 곧 임금이 죽자 그 아들 중에 덕망이 높고 관후한 무후(武侯)를 섬겼다. 어느 때 무후는..

메아리 2022.03.04

제722호 아름다운 눈빛 정중한 말씨

사람이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거나 평소에 아는 사람이라도 오랜만에 만난다면 모두들 손을 잡고 먼저 그 눈빛을 살핀다.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으며, 희노애락의 섬세한 감정이 그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마음을 잘 관리해야 아름다운 눈빛을 간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혹은 여러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처음의 눈빛을 변함없이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은 자존심 때문에 혹은 이해관계 때문에 수시로 변화는 대화 환경에 따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달라지고 있지만, 누구나 변화하는 눈빛을 자신이 느끼거나 감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세수를 하고 거울 앞에 설 때나 밝은 창살에서 모습이 비쳐질 때, 내 눈빛이 평화로운가 살펴보..

메아리 2022.03.04

제721호 사도(師道) 부재의 세상에 역사 속의 스승들

성리학에 밝고 경세제민에 공이 있으며 임진왜란을 앞두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율곡 이이(李珥)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申氏)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현모(賢母)이다. 그 당시의 풍습으로 보아 여인이 덕망 인격 재주 학문을 겸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탁월한 인품과 재주가 아까워 친가에서 재질을 살려 공부를 시킨 것이다. 그가 만약 남자였다면 율곡보다 못하지 않는 큰 제목이 되었으리라 하는 이도 있다. 그는 많이 알았고 많이 배우고 느껴 민첩하여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임당에 대해선 잘 알면서도 그 배우자인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李元秀)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며 술과 놀이를 좋아하는 풍유꾼이었다. 덕망과..

메아리 2022.03.04

제720호 사심(私心)없이 백성만 사랑하는 지도자

공자와 그의 제자 자공(子貢)의 대화 한토막을 적어본다. 자공이 묻기를 “군자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공자가 답하기를 “있느니라, 남의 잘못만 찾아 말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남의 아래 있으면서 윗사람 헐뜯는 사람을 미워하고, 용감하기만 하고 예가 없는 사람을 미워하느니라.”하고 말이 끝난 다음 “자공아 너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느냐?” 예 있습니다. “남의 뒤를 살피는 것을 자기의 지혜로 생각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남에게 공손하지 못한 것을 용맹으로 자처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추는 것을 자기의 정직으로 아는 사람을 미워합니다.” 하였다. 정말로 실감나는 말씀들이다. 채근담(菜根譚)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비록 한때의 적막한 처지에 있더라도 만고에 처량한 이름을 남기지 말라 하였..

메아리 2022.03.04

제719호 신축년 입동(立冬)날 안동호(安東湖) 나들이

얕은 햇살이 서리를 녹이고, 지고 남은 나뭇잎이 힘없이 떨어진다. 늦가을은 서북에서 불어오는 소삽(疏澁)한 바람 소리로 시작되고 얼치기 햇늙은이는 이유없는 외로움으로 시름에 쌓인다. 고목 귀퉁이의 의시진 구렁에 수북이 쌓인 빛바랜 낙엽이 한줄기 바람을 타고 우르르 쓸려간다. 언젠간 알 수 없는 그날에 우리 모두들 낙엽처럼 지고 만다는 우수(憂愁)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도 있다. 밝은 햇살을 등에 지고 버스럭버스럭 낙엽을 밟으며 떠나는 가을의 정취에 젖어 주위의 오솔길을 산책한다. 생각이 시원하다. 잎 다 내린 가을산은 묵은 때가 덕지덕지 깔린 마음을 조촐하게 씻어준다. 몸에 붙은 모든 것을 떨어버리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든 나무들이 스산한 바람에 가늘게 흔들린다. 경쾌한 문장이 유려(流麗)하여 송..

메아리 2022.03.04

개화 내각의 총리대신 김홍집(金弘集)은 죽음 앞에 떳떳 하였다

한말의 친일 개화 내각의 수령으로 활동한 김홍집(金弘集 1842~1896)은 비참한 죽음을 당하였다.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에게 시해된 이듬해인 1896년 2월이니 아직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 아침이다.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친로파(親露派) 내각이 들어서자 그는 내각총리대신에서 실각 되고 역적의 괴수로서 체포령이 내려졌다. 경무청으로 끌러가던 그는 광화문 거리에서 성난 군중들에게 덜미를 잡힌 채 몽둥이로 타살되고 말았다. 을미사변의 직후라 흥분한 군중들은 그의 시체에 밧줄을 걸어 개 끌듯이 끌어서 종로로 옮겨갔다. 그리고 주먹질 발길질 팔매질의 남발 속에 어느 군인이 칼로 그의 남근(男根)을 잘라 내면서 소리쳤다. 이런 역적은 씨를 남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광경을 심하다고 한 사람은 역적으로 ..

메아리 2021.05.07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과 4.7 보궐선거

삼일동풍(三日東風) 삼일우(三日雨)의 계절이다. 사흘은 샛바람이요, 사흘은 비가 온다는 절기 청명(淸明)에 연휴가 겹쳤는데 봄비치고는 개울물이 소리를 낼 정도로 제법 많이 내렸다. 겨울내내 양지바른 마루와 거실로 옮겨가면서 귀하게 관리하던 난초 몇 그루에 묵은 먼지가 끼었는데 오늘은 노천에 들어내고 밤을 새웠으니 먼지는 말끔히 씻어졌다. 식물도 영감이 있다면 전신이 개운할 것이다. 다음날은 춘추전국시대의 절신(節臣) 개자추(介子推)의 절의를 추모하여 불을 때지 않고 찬밥을 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한식(寒食)이다. 고래로 이날은 부모 조상의 산소를 돌보며 혹은 가토와 사초 혹은 허물어진 축대를 손질하는 조상추모의 날이다. 때 늦은 서리가 내려 아침 기온은 빙점 이하로 떨어졌지만 하늘은 깨끗하였다. 한식..

메아리 2021.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