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동풍(三日東風) 삼일우(三日雨)의 계절이다. 사흘은 샛바람이요, 사흘은 비가 온다는 절기 청명(淸明)에 연휴가 겹쳤는데 봄비치고는 개울물이 소리를 낼 정도로 제법 많이 내렸다.
겨울내내 양지바른 마루와 거실로 옮겨가면서 귀하게 관리하던 난초 몇 그루에 묵은 먼지가 끼었는데 오늘은 노천에 들어내고 밤을 새웠으니 먼지는 말끔히 씻어졌다. 식물도 영감이 있다면 전신이 개운할 것이다. 다음날은 춘추전국시대의 절신(節臣) 개자추(介子推)의 절의를 추모하여 불을 때지 않고 찬밥을 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한식(寒食)이다. 고래로 이날은 부모 조상의 산소를 돌보며 혹은 가토와 사초 혹은 허물어진 축대를 손질하는 조상추모의 날이다. 때 늦은 서리가 내려 아침 기온은 빙점 이하로 떨어졌지만 하늘은 깨끗하였다.
한식의 유래를 다시한번 살펴보자.
옛날 중국 진(晉)나라의 문공(文公)이 정계에서 실각하여 방황하고 피신할 때 그의 친구 개자추는 모든 일을 제쳐놓고 문공을 모시면서 그가 기아에 허덕일 때 자신의 허벅지를 도려서 불고기를 대접하였는데 나라의 정변이 있어 실세로 등장하였다. 그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면서 개자추를 등용하지 않았다. 개자추는 진세(塵世)의 무상을 한탄하고 늙은 어머니를 업고 면산(綿山)에 숨어 버렸다. 문공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그를 등용하려고 면산을 뒤졌으나 찾을 수도 없고 나오지도 않았다. 문공은 최후의 수단으로 산에 불을 지르며 나오리라 생각하고 방화하였는데 끝내 나오지 않고 어머니를 부등켜안고 불에 타서 죽었다. 문공은 이와 같은 절신의 죽음을 기념하고자 그날은 불을 때지 말라는 명을 내렸다. 이날은 언제나 동지(冬至) 후 105일이 되는 날이다.
코로나염병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두 번째 맞이하는 봄철이다. 매화는 이미 저버리고 도리행화(桃李杏花)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맛물은 벌써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대책의 거리두기로 관광의 꽃놀이는 한산하지만 벚꽃은 지난 밤비에 지고 바람에 휘날린다. 고시 한 수를 적어본다.
花開昨応雨 어제밤 봄비에 꽃은 피었고 花落今朝風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은 지누나
可憐一春事 가엽서라 한해 봄의 일들 往來風雨中 오고가는 비바람에 사라져가네
사유(四維)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나라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네 가지 대강령(大綱領)을 말하는 것이니 곧 예의염치(禮義廉恥)이다. “예”는 사람이 행해야 할 중요한 도리로서 수신범절을 지키는 것이요, “의”는 사람의 행동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이요, “염”은 검소 검박하고 겸양의 미덕을 말하는 것이요, “치”는 도리에 어긋남을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정치가 관중(管仲)은 사유부장(四維不張)이면 국내멸망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금 우리 백성은 사유가 펼쳐진 나라에 살고 있는가 방송 매체를 타고 흐르는 갖가지 불륜으로 한 사람의 청년이 삼모녀를 살해하고 자해 미수에 그친 인면수심의 인간말종, 모녀가 불륜으로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가 덜미가 잡힌 해괴한 일들, 국민의 치안과 범죄를 다스리는 경찰관의 성범죄 교통범죄 등이 비일비재한 현상들, 부부 한쌍의 살림집 방 두칸에 2억 5천만원의 전세금을 구하지 못하고 출산을 포기하니 자연히 사망자 보다 태어난 아이가 적어지는 나라의 현상, 인구감소로 자치단체의 소멸을 걱정하기에 앞서 나라의 소멸위기를 걱정하는 일들, 그중에서도 법의 시행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귀신같이 전세를 올려받는 청와대 비서와 국회의원 등 온통 나라가 비리투성이다.
게다가 LH라는 기관이 있는데 신이 내린 직장이란 선망의 대상이다. 이 사람은 이름도 모른다. 토지주택공사인지 부동산 비리공사인지 도깨비방망이 같은 묘술을 부려 땅을 사고 팔아 목돈을 챙기는 일들이 터졌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정부의 고위 공직자와 의원 기초 광역 자치단체의 요로 공직자와 의원들이 신출귀몰하는 묘기로서 해 먹는 일들 정말 개탄할 일이다. 비등하는 민심에 지지율 내려가는 것을 수습하고자 내놓은 정책이 9급 공무원을 포함한 160만 전 공무원의 재산 등록을 실시한다고 보도된다. 삼척동자가 웃을 일이요, 소가 들어도 소리없이 웃을 것이다. 지방에 수재로 칭찬받는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어 객지를 전전하면서 하숙비와 교통비를 절약하고 살아가는 말단 공무원을 부동산 등록이 왠 말인가?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으련만 언제쯤 철이 들려는지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성범죄로 자결한 서울시장은 자기의 처신이 잘못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양심가 임에 틀림없다. 모든것을 죽음으로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를 두둔하는 괴물집단의 말장난이 사람을 현혹시키니 가소로운 일이다.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국민 앞에 사과하며 자진사퇴 한 부산시장, 그도 목석이 아닌 사람이라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일시적 실수가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인륜의 범죄자가 되었다. 두 사람의 빈자리를 다시 뽑는 보궐선거의 풍경은 필불가 형언이다. 내곡동 땅의 측량이 어쩌고저쩌고 동경의 아파트가 어쩌고저쩌고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상대방의 인신공격은 동물의 왕국에서 하이에나가 얼룩말을 물고 늘어지는 듯 입에다가 거품을 물고 낮에도 내곡동 밤에도 내곡동 꿈에도 내곡동 이번 보궐선거는 내곡동에서 시작하여 생태탕에서 끝을 낸다. 그중에 더먹머리 어중이 떠중이가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듯 한몫을 한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모든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공약이라고 내놓은 것이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공약(空約)을 나열하여 늘어놓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다.
거센 물결에도 세련된 사공은 배를 순리롭게 운행하고 어설프고 자만에 찬 사공은 배를 엎어버린다. 부동산 투기에, 전세대란에, 세금폭탄에, 코로나19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봄을 살고있는 백성들을 눈으로 보고 있는가? 제군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는가?
옛날 어느 고을에 향장(鄕長)을 선출하는 일이 있었다. 세사람의 덕망있는 사람을 추천받아 한 사람을 뽑는 제도이다. 세 사람이 각자 의견 발표의 시간이 있었다. 한사람은 자기의 자랑만 일삼았고, 한사람은 자랑을 하면서 남의 약점을 들추기도 하였다. 마지막 사람은 자신의 사람됨이 변변치 못함을 겸연쩍게 여기고 상대방 두 사람을 칭찬하였다. 투표결과는 세 번째 사람이 압도적으로 당선 되었다.
천망회회(天網恢恢) 소이불실(疎而不失)은 노자(老子)가 한 말씀이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지만 성글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옛말에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책망하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한다면 처세는 온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글이 끝나는 날 4.7 보궐선거 투·개표가 끝이났다. 승패는 짐작을 했지만 이와 같은 참패와 대승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독선과 오만의 정치 말로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요, 다음이 또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세상 사람의 세상이요, 어느 한 사람의 세상이 아닌 것을 잘 보여주는 선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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