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40

자한사보(子罕辭寶)의 이야기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 드리면 몰고 다닐 수 있고, 녹여서 붓기 힘든 무쇠도 잘 다루면 결국은 틀에 부어서 형태를 이룬다. 다만 한결같이 우유부단하게 놀기만 하고 분발하지 않는다면 평생을 두고 조금의 진보도 없을 것이다. 현인들이 말하기를 사람이 되어서 병이 있음을 부끄러워 할 것이 못 되나 일생토록 마음의 걱정이 없는 것이 바로 내 근심이다 하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사나운 말도 길 드리면 부릴 수 있고, 다루기 힘든 쇠도 녹여서 그릇을 만들 수 있듯이 사람도 분발 노력하면 진보가 있다. 마음의 걱정이 없음이 진짜 내 근심이라는 현인들의 말씀은 훌륭한 명언이다. 사람이 한번이라도 사적인 욕심을 채울 생각을 하면 곧 굳센 기질이 녹아 나약해지고, 슬기가 폐쇄되어 어리석게 되며 은혜를 베풀려던 마음..

메아리 2022.12.12

만추(晩秋)의 산사(山寺)

秋風起兮白雲飛하니 草木黃落兮雁南歸로다 蘭有秀兮菊有芳하니 懷佳人兮不能忘이로다 泛樓船兮濟汾河하니 橫中流兮揚素波로다 簫鼓鳴兮發棹歌하니 歡樂極兮哀情多로다 小壯幾時奈老何오. 이글은 고전명작 한무제(漢武帝)의 추풍사 전문이다. 풀어서 적어본다. “가을바람 일고 흰구름 나르니, 초목은 누렇게 시들어 떨어지고 기러기는 남쪽으로 돌아가도다, 난초는 빼어나고 국화는 향기로우니, 아름다운 여인 그리워하여 잊을 수 없도다, 누선의 큰배 띄워 분하를 건너가니, 중류를 가로지르며 한 물결 날리는 도다, 퉁소 소리와 북소리 울리고 뱃노래 부르니, 환락이 지극함에 슬픈 마음 많도다, 젊은 시절 얼마나 남았는가 늙음을 어이하리” 가을은 역시 애수의 계절이다. 겨울의 첫 절기 입동(立冬)이 지나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절기이다...

메아리 2022.11.25

제갈공명(諸葛孔明)의 읍참마속(泣斬馬謖)

남을 해치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되지만, 남의 해침을 막으려는 마음이 없어서도 안 된다고 하니, 이것은 생각의 소홀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차라리 속을지언정 남이 속일 것을 미리 생각하지 말라고 하니, 이것은 살피는 정도가 지나쳐 덕을 해칠까 경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말을 모두 마음에 간직하면 생각이 깊어지고 덕성이 두터워질 것이다. 요지는 남을 해치는 생각을 가져서도 안 되고, 남이 속일까 예측하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된다. 따라서 남의 해침을 막는 마음과 남의 속임을 당하는 마음이 공존해야 현명하다. 많은 사람이 의심한다 하여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말고, 자기의 의견만 고집해서 남을 물리치지 말며, 작은 은혜에 사사로이 얽매여 전체를 손상시키지 말고, 여론을 빌어 사사로운 감정을 만족시키지 말라...

메아리 2022.11.10

봉황(鳳凰)새는 비동불서(非桐不棲) 비죽불식(非竹不食)이다

물고기는 물을 얻어서 헤엄치되 물의 고마움을 잊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이 있음을 모른다.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가히 물질의 속박에서 벗어나 하늘의 작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고기가 물에 살면서 물을 잊고 새가 바람 속에 살면서도 바람을 잊듯이 사람도 세상에 살면서 세상을 잊을 줄 알아야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고 자연의 숱한 작용을 터득할 수 있다. 고사에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이 있다. 물과 물고기의 사귐을 말한 것으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매우 가까운 사이거나 친밀한 사이를 말한다. 이 말은 삼국지(三國誌) 제갈량 전에서 나온 말이다. 촉한의 임금 유비(劉備)가 제갈량을 매우 사랑하나 관우와 장비 등은 이를 싫어했다. 이에 유비가 “나에게 공명(孔明) 선생이 있는 것은 마치 고기..

메아리 2022.10.21

의성 고을의 독행(篤行)과 열행(烈行)

금년 가을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기온이 30°를 오르내리니 모두들 이상 기온이라고 입방아를 찧었다. 태풍 “힌남노”가 포항, 경주에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났으며 달아서 “난마돌”이 따라서 올라왔으나 원줄기가 일본으로 직진하고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내일 모레는 밤낮의 길이가 같다고 하는 추분(秋分) 절기다. 천체의 기상은 예측할 수가 없다. 하룻밤 사이에 기온이 급강해서 아침 산책을 나가다 돌아와서 조금 두터운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이때를 두고 옛날 어른들은 다음의 시를 읊었다. 新凉入郊外 서늘한 바람 들녘에서 불어오고 草虫秋近床 풀벌레 침상 가까이서 우네 燈火漸可親 등불을 점점 가까이하고 可讀数巻書 몇 권의 책을 읽을 지니라 이제는 말뿐이지 몇 줄의 글을 읽을 의지..

메아리 2022.10.07

거안사위(居安思危) 유비무환(有備無患)

소나무 울창한 시냇가에서 지팡이 짚고 홀로 가노라면 서는 곳마다 구름이 해진 누더기 옷에서 일어나고, 대나무 창 아래에서 책을 베개 삼고 누우면 문득, 개인날에 달빛이 낡은 담요 위를 비추고 있다. 자연 속을 배회하니 자연과 일체가 되고, 달빛 아래 누워서 물아일체(物我一致)의 즐거움을 맛본다.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策扶老以流憩 늙은 몸 지팡이에 의지하고 아무 곳에서나 평안히 쉬고, 時矯首而遐觀 때때로 머리를 높이 들어 먼 곳을 바라보네 하고 읊었으며 방랑시인 김립(金笠)은 금강산의 도승(道僧)과 다음의 시구로 문답하였다. 朝登立石雲起足 아침에 입석봉 오르니 구름이 발 아래서 일어나고 暮飮黃泉月掛脣 저녁에 황천담 못물 마시니 달빛이 입술에 걸리네 송백이 우거진 골짜기를 구름..

메아리 2022.09.23

도덕(道德)이 허물어지면 나라가 허물어 진다

장마와 더위가 번갈아 찾아들며 열대야와 폭양이 이어져서 사람을 괴롭히는 가운데 절서는 어김없이 변하여 가을철의 첫 절기 입추가 지나고, 8.15 광복절은 더위와 마지막 고비 말복이다. 거연히 가는 세월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오동일엽락(梧桐一葉落)에 천하장지추(天下將知秋) 다시 말해서 오동잎 한 잎 지는 것을 보고 세상에 가을이 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사람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데는 세 가지 필요한 에너지가 있다. 첫째는 천기(天氣)이니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구의 하층부를 가득히 채우고 있는 공기, 산소, 바람 따위가 그것이다. 만약에 그것이 없다면 사람은 짧은 순간에 질식하여 죽을 것이다. 둘째는 지기(地氣)이다. 우리는 삼시로 대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는 생명을 연장할 수 없다. 곡식과 과..

메아리 2022.09.07

안동 무궁화 분재 축전을 참관하고

안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고명한 인사를 한자리에 모시고, 나라의 독립정신 표상인 무궁화 분재축전을 개최하는 자리에 초청을 받고 참여한 일이 있었다. 며칠 전은 여름철의 마지막 절기 대서(大暑)요. 일 년 중에 가장 덥다고 하는 중복(中伏)이 지났다. 그야말로 더위의 절정이다. 얼마 후면 가을철의 첫 절기 입추(立秋)이다. 옛날 어른들의 한시(漢詩)에 오동일엽락(梧桐一葉落) 오동잎 한 잎 지는 것을 보고 천하장지추(天下將知秋) 세상에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안다고 하였다 오늘 개최되는 무궁화 분재(盆栽) 축전은 참으로 그 뜻이 깊다. 이 꽃은 우리나라의 나라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수만 가지 꽃 중에 분재로 사랑을 받는 것은 가을 향기 독특하게 풍기고 도연명(陶淵明)의 사랑을 받는 국화(菊花) 분재가 당연..

메아리 2022.08.24

고등어(古都魚)와 들깻잎

해산물인 고등어와 농산물인 들깨잎은 일반 대중의 식품으로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가까이 접하고 누구나 즐겨 먹는 식품이다. 이 사람은 고등어와 들깨잎의 연구자가 아니라 어찌 그것을 잘 알리오마는, 홍익문화 통권 21호에 자세한 기록이 있는지라 약간의 첨삭(添削)으로 대중 미식가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고등어는 국민 생선이라고 한다. 값이 싸고 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1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가을철이 제철이다. 이때는 고등어가 산란을 앞두고 체력을 보충하려고 먹이를 많이 먹어 살이 쪄서 맛이 좋기 때문이다. 고등어는 정어리, 정강이, 꽁치와 함께 등 푸른 생선의 대표로 지칭된다. 고등어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아열대 및 온대의 해역에 널리 분포되어 생장한다. 바다의 표층과 중층에 떠다니며 수천수만 마..

메아리 2022.08.05

나는 그런 말은 들은바 있으나 그런 사람은 보지 못하였노라

은거이구기지(隱居以求其志) 시골에 숨어 살면서 참뜻을 구하고 행의이달기도(行義以達其道) 의리를 행하면서 그 도리를 통달한 사람 오문기어의(吾聞其語矣) 나는 그런 말을 들은바 있으나 미견기인야(未見其人也) 그런 사람은 보지 못하였노라 세찬 바람과 몰아치는 소낙비는 새들도 근심하고 개인날씨 화창한 바람에는 산천초목도 기뻐하나니 세상에는 하루라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즐거운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됨을 알 수 있다. 사람은 항상 온화한 기운과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야 하느니라. 따뜻한 기상이 있는 자는 반드시 즐거운 빛이 있고, 따뜻한 빛이 있는 자는 반듯이 아릿다운 태도를 갖는다. 집안이 평화로우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천지간에 화기가 있어야 만물이 생성되..

메아리 202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