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나는 그런 말은 들은바 있으나 그런 사람은 보지 못하였노라

의성신문 2022. 7. 22. 09:29

은거이구기지(隱居以求其志) 시골에 숨어 살면서 참뜻을 구하고

행의이달기도(行義以達其道) 의리를 행하면서 그 도리를 통달한 사람

오문기어의(吾聞其語矣) 나는 그런 말을 들은바 있으나

미견기인야(未見其人也) 그런 사람은 보지 못하였노라

 

세찬 바람과 몰아치는 소낙비는 새들도 근심하고 개인날씨 화창한 바람에는 산천초목도 기뻐하나니 세상에는 하루라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의 마음에는 하루도 즐거운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됨을 알 수 있다.

사람은 항상 온화한 기운과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일생을 살아야 하느니라. 따뜻한 기상이 있는 자는 반드시 즐거운 빛이 있고, 따뜻한 빛이 있는 자는 반듯이 아릿다운 태도를 갖는다. 집안이 평화로우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천지간에 화기가 있어야 만물이 생성되듯이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도 언제나 온화한 기상과 즐거운 정신을 지녀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신라(新羅) 때에 백결선생은 유명한 음악가였다. 항상 거문고를 타며 평온한 기운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비록 백군데나 꿰맨 누더기 옷을 입고 끼니를 거를 때가 있었고,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며 세월을 보냈다. 섣달 그믐날이 되자 남들은 떡방아를 찧어 떡을 만들고 설쇨 준비에 바빴다. 아내는 참다못해 하소연하니 백결선생은 거문고를 들어 떡방아 타령을 뜯었다.

이것이 유명한 대악(碓樂)이다. 오늘날에 전해오지 않지만, 이 노래로 이웃집에서는 모두들 백결선생 집에도 떡방아를 찧는 줄 알았다고 한다. 진한 술과 기름진 고기 맵고 단 음식이 참 맛이 아니요. 참맛은 다만 담백할 뿐이다. 신기한 재주와 탁월한 사람이 지인(至人)이 아니요. 지인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 정말 아름다운 음식은 담백한 것처럼 진실로 덕이 높은 사람은 도리어 평범할 뿐이다.

지인이란 말은 원래 도가(道家)에서 쓰는 말이다. 곧 영함의 극치를 이룬 사람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선인(仙人) 신인(神人) 진인(眞人) 도인(道人)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현대어로 도사(道士)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이들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수양하며 만물의 이치를 두루 깨달아 천지의 조화를 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속인과는 거리감이 있다. 그렇다고 속세를 떠나서 개, 닭 소리 들리지 않은 깊은 산속이나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사는 사람도 아니다. 속세에 묻혀 속세인과 함께 살면서 보통 사람의 욕망 등을 초월한 사람들이다.

지인은 사의(私意)와 아집(我執)을 기르지 않는다. 그는 속세에서 생활하지만 속세를 번민하지 않는다. 지인은 위로는 하늘을 이고, 아래로는 땅을 발판으로 딛고 산다. 곧 지인은 마음이 투철해서 자유 자재로움을 뜻한다. 그의 언동은 신기하거나 탁월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깨닫지 못한 인사가 유아독존(唯我獨尊) 하려는 오만으로 담박한 인생의 진미를 모르고 오욕(五慾)에 사로잡혀 있음을 본다. 차라리 평범한 가운데서 비범함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되 그 작용은 잠시라도 쉼이 없고 일월은 밤낮으로 달리되 그 밝음은 만고에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한 때에 긴급한 경우를 대비하는 마음을 지녀야 하고, 바쁜 때에 한가롭고 여유 있는 멋을 지녀야 한다. 천지와 일월이 자연의 원리를 어김없이 지키듯이 군자도 이러한 자연의 원리를 따라 한가할 때에도 긴급할 때를 예상하여 대비하는 마음을 지켜야 하고 또한, 바쁠 때라도 여유 있는 마음 자세를 지켜야 한다.

군자란 현대어로 신사, 지성인, 엘리트, 지도자 등의 복합적인 실력을 겸비한 사람이라 하겠다. 옛말로는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덕목을 갖춘 사람이다. 따라서 군자의 행동은 만인의 사표가 되어야 한다. 잠시라도 방탕한 마음, 조급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평상시의 일거일동이 침착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되 다급한 때를 예상하여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취해야 하고 또는 여유작작하여 망중한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언제나 전전긍긍하여 깊은 연못에 다다른 듯 엷은 얼음을 밟듯 행동하면서 욕기(浴沂)의 심정을 마음에 지닌다면 옛말로는 군자요. 요즘 말로 신사가 될 것이다. 작은길 좁은 곳에서는 한걸음 멈추어 남에게 양보하고 맛있는 음식은 남에게 먼저 권하는 것, 이것이 곧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방법이다.

매사에 양보함이 인생을 안전하게 살아가는 최선의 길이다. 겸양(謙讓)과 사양(辭讓)은 동양 도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성인들은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예지단야(禮之端也)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온화(溫和) 양수(良須) 공손(恭遜) 검소(儉素) 등은 유학의 덕목이라 하는데 여기에도 겸양(謙讓)은 반듯이 들어있다. 양보할 줄 아는 것이 사람이니 그래서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수탉도 모이를 주면 암탉과 병아리를 불러 함께 먹는다. 사람이 닭만 못해서야 되겠는가.

속담에 계유오덕(鷄有五德)이란 말이 있다. 곧 닭에는 다섯 가지 덕이 있다.

첫째는 머리에 벼슬을 이고 있으니 문덕(文德)이 있고, 발톱이 날카로우니 무덕(武德)이 있고, 싸움을 시작하면 결판을 내니 용덕(勇德)이 있고, 때를 놓치지 않고 울어주니 신덕(信德) 있고, 먹을 것을 만나면 친구를 불러모우니 인덕(仁德)이 있나니라 하였다.

양보는 많이 할수록 좋다. 한치 양보하면 천지를 얻는다 했고, 일평생 길을 양보해도 백보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추월해 달리는 차가 요행히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어도 결국은 몇 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신호를 잘 지키며 한 발짝 또는 1초를 양보할 줄 안다면 교통사고는 줄어들 것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고죽국(孤竹國) 왕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왕위 양보의 미덕이 온 세상에 알려져 공자께서는 그들을 성지청(聖之淸)이라 하였다. 비록 큰 공을 세웠더라도 지나치게 자랑하면 공은 소멸되고 큰 죄를 지었더라도 마음속으로 뉘우치고 진실로 참회한다면 큰 죄는 사라진다고 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뒤돌아보고 살펴볼 일이다.

 

202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