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마음대로 받아 드릴 수 있는 것이니, 즐거운 마음을 길러 복을 기르는 근본으로 삼을 것이요. 재앙은 마음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이니, 나쁜 마음을 버려 재앙을 멀리하는 방법으로 삼을 뿐이다. 사람은 항상 마음을 즐겁게 가져 복을 구하고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버려 화를 멀리해야 한다.
여기 예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조선조의 성종 당시 이자(李耔 1480~1533)라는 문신이 있었다. 호는 음애(陰厓)이고 본관은 한산이며, 고려말 삼은(三隱)의 한 사람인 목은 이색의 후손이다. 일찍이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좌찬성(左贊成)에까지 올랐다. 그는 충청도 음성(陰城)에 살다가 충주로 옮겨서 정자를 짓고 후학을 가르치며 자적하게 살았다. 일찍이 종계변무사(宗系辨誣使)의 소임을 띠고 중국의 북경에 가게 되었다. 종계변무사는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고려말의 간신 이인임(李仁任)의 아들이라고 명(明)나라 태조실록 중에 잘못 기재되어 있어 그것을 바로 잡아 고쳐 달라고 요청하러 가는 사신의 이름이다. 그때 이자는 한충(韓忠), 남곤(南袞)과 같이 가게 되어 북경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남곤이 병이 나서 죽을 지경이 되었다. 일행 중 한충은 잘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소인이요 간신인 남곤이 죽지 않으면 앞으로 많은 선비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 생각하고, 그의 병을 구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자는 남곤이 죽는 것이 애석해서가 아니라 만리타국에 같이 왔다가 어찌 가만히 앉아 죽어가는 그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겠소 하고, 극진히 간호하여 완쾌한 후 같이 돌아왔다. 그 뒤 남곤은 심정(沈貞)과 작당하여 기묘(己卯)사화를 일으키고 많은 선비들이 죽고 귀양 갈 때 이자만은 화를 면하였다. 이것은 남곤이 병이 위급할 때 구해준 덕택이라고 한다.” 여기서 바로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열마디 말 가운데 아홉마디가 맞다해도 반드시 그 사람 훌륭하다고 칭찬하지 않으면서, 한마디가 맞지 않으면 곧 허물 잡고 탓하는 말이 사방에서 모여든다. 열가지 계획 가운데 아홉가지가 이루어져도 반드시 그 공로를 그에게 돌리지 않으면서, 한가지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곧 비난하는 말이 일시에 일어난다.
군자는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섣불리 떠들지 말고, 서툴고 무능할지언정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괴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급히 굴지 말고, 교묘한 채 하지 말며, 과묵하고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천지의 기후가 따뜻해지면 만물을 소생하게 하고 추워지면 죽게 만든다. 그리기 때문에 성품과 기질이 냉정한 사람은 복을 누리는데도 역시 거기에 상응하게 되고, 오직 화기애애하고 마음이 따뜻하여 인정 많은 사람이라야 그 누리는 복도 두텁고 은택도 오래갈 것이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의 작용을 옛날 어른들은 춘생(春生) 하육(夏育) 추수(秋收) 동장(冬藏)이라고 했다. 곧 봄은 만물을 낳고 여름은 그것을 기르며 가을은 거두어 드리고, 겨울은 저장한다고 했다. 나무가 봄에는 싹이 뜨고 여름에는 자라며 가을에는 잎과 열매가 땅으로 떨어져 거두어지고 겨울에는 그것을 땅속으로 저장시킨다. 사람도 봄기운과 같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남을 도와 살게 해 줌으로 받는 대가도 그에 적당하고 혜택을 오래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가을 기운은 만물을 숙살(肅殺)한다. 마음이 차가운 사람은 자연히 남의 고난을 보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좀처럼 남을 돕는 일이 없고 마음의 여유를 누리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인정이 넘쳐흐르고 남에게 성의로 대하는 사람이라야 남의 칭찬을 받고 허물 잡히지 않을 것이다. 순리에 맞는 길은 매우 넓어서 조금이라도 거기에 마음을 두면 가슴속이 문득 넓어지고 밝아짐을 깨닫게 된다. 인간이 욕망을 따르는 길은 매우 좁아서 잠깐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눈앞이 모두 가시밭길이요. 진흙탕 길이 된다. 결국 진리의 세계로 돌아가면 마음이 트이지만 인욕(人慾)의 길로 들어서면 거기는 구렁텅이가 많아 조심해도 빠지게 된다는 말이다.
인간에게는 오욕(五慾)이 있다. 이것은 불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곧 색욕(色慾), 성욕(聲慾), 향욕(香慾), 미욕(味慾), 촉욕(觸慾)을 말하기도 하고 또는 재물욕(財物慾), 색사욕(色事慾), 음식욕(飮食慾), 명예욕(名譽慾), 수면욕(睡眠慾)을 말하기도 한다. 첫 번째는 오관(五官)의 욕망이니 즐거움을 나타내는 것으로 눈의 색욕 귀의 성욕 코의 향욕 혀의 미욕 몸의 촉욕을 말하며, 두 번째는 재물을 탐하는 욕망 이성을 찾는 욕망 음식을 즐기는 욕망 명예를 구하는 욕망 잠을 즐기는 욕망을 말한다. 사람이 누가 이런 욕심과 욕망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으랴 마는 이것들의 노예가 됨으로써 자칫하면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가기 쉬우니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즐거움을 맛보아 단련되고 고생한 끝에 이루어진 복이라야 그 복이 비로소 오래가고 한번 의심해보고 한번 믿어보고 하면서 서로 침착하고 헤아려보고 그 헤아림 끝에 이루어진 지식이야말로 참된 지식이 된다. 고생 끝에 얻은 복은 오래가고 연마하여 얻은 지식은 참된 지식이라 하였다. 도리불언(桃李不言) 하자성혜(下自成蹊)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다시 말해서 복숭아 오얏은 말하지 않지만 그 밑에는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것이다.
중국 당(唐)나라의 시인 하지장(賀知章)은 평소 술을 좋아하며 음중팔선(飮中八仙)으로 알려진 분이 있는데 그분의 한시 한수를 적어둔다.
少小離家老大回 어린시절 집을 떠나 늙어서 돌아오니
鄕音難改鬢毛衰 고향 말씨 변함없고 내 머리털만 세었네
兒童相見不相識 아이들 만났으나 알아보지 못하고
笑問客從何處來 웃으면서 손님은 어디서 왔느냐고 하더라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옛 고향 아니러뇨
산 꿩이 알을 안고 버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나지 않고
먼 항구에 떠도는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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