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제726호 도야(陶冶)와 훈도(薰陶)

의성신문 2022. 3. 25. 12:00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란을 일으켜 무수한 인명의 살상이 자행되고 오미크론의 전염병은 세상 사람을 괴롭힌다.

50년 만의 겨울 가뭄이라 하는 한해는 삼동이 지나는 동안에 눈비 한번 내리지 않아 건조한 가운데 합천 고령의 산불이 종식되는가 하였는데 울진, 삼척, 강릉, 동해의 큰 산불이 연달아 터졌다. 하늘도 무심하다 기다리는 봄비나 흡족히 내려주면 얼마나 좋으련가. 그래도 지축은 변함없이 돌아 밤낮의 길이가 같다고 하는 춘분(春分) 절기이다. 그래도 꽃샘추위는 있다. 환절기의 건강에 유의할 때이다.

춘의만탈(春衤晩脫)하고 추의조착(秋衤早着)이란 글귀가 있다. 봄옷은 늦게 벗고, 가을옷은 일찍 입으라는 뜻이다.

채근담(菜根譚)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 글을 적어본다. ‘속이는 사람을 만나거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그를 감동시키고, 난폭하고 사나운 사람을 만나거든 온화한 기운으로 그를 감화 시키며, 사악하고 사리사욕에 어두운 사람을 만나거던 대의명분과 정의와 절조로 격려하라, 그러면 천하에 그의 교화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없으리라, 속이는 사람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친근하게 상대하고, 무례한 사람은 온화한 기운으로 접근하며, 사악한 사람은 명분과 절조로 격려하라. 그러면 모두들 바른길로 들어설 것이다.’ 하였다.

도야(陶冶)라는 말이 있다. 이는 타고난 성품이나 재능을 온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잘 가르치거나 심신의 단련함을 뜻한다. 원래 도()는 흙으로 질그릇을 구워서 만듬이요. ()는 쇠를 녹여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흙이나 쇠로 그릇을 만드는 일이 곧 인격 형성의 과정과 같다는 것이다. 학문을 닦아 인성을 기르는 일에 비유하여 쓰이다가 이루어진 말이다.

대동소이한 말 중에 훈도(薰陶)란 말도 있다. 덕으로 남을 교화시키는 것을 지칭하는 것인데 여기의 훈()은 향을 피워 악취를 몰아낸다는 뜻이다. 곧 좋은 것을 가르쳐 나쁜 점을 고쳐 나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와 합쳐서 훈도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도야와 훈도는 정말 아름다운 용어이다. 그 외에도 마려(磨勵), 탁마(琢磨), 연마(鍊磨)라는 말들도 있다. 이 모두가 인격이나 학문을 닦아나감으로 쓰이는 말이다.

한 사람의 자상(慈詳)한 생각은 세상에 온화한 기상을 빚어내고 한치 마음의 결백은 향기로운 이름을 영원히 밝게 드리울 수 있다. 자비심은 세간의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결백함은 영원히 맑은 이름을 남긴다.

옛날의 고사에 사지(四知)라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후한(後漢) 당시에 양진(楊震)이 동래태수(東萊太守)로 부임할 때 도중에 창읍(昌邑)에서 묶게 되었다. 이때 창읍의 현령 왕밀(王密)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양진이 형주자사(荊州刺史)로 있을 때 추천을 받아 벼슬길에 나간 사람이다. 밤이 되자 왕밀은 황금 열근을 전해주었다. 양진은 이를 거절하며 좋게 타일렀다. 그러자 왕밀은 한밤중이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하니 양진이 말했다.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알고 있지 않는가(天知, 神知, 我知, 子知), 그래서 사지라는 고사성어가 생기고 오늘날까지 양진의 청렴결백은 세상에 전해져서 모든 사람의 본보기가 되었다.

음흉한 모략과 괴이한 습관, 이상한 행동과 기이한 능력은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데 화근이 되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평범한 덕행만이 곧 사람의 본성을 온전히 기르고 화평을 부를 수 있다. 음모 피습은 세상을 경영하는데 있어 불행의 씨앗일 뿐이요. 일반적인 본성만이 화평을 누리는 길임은 자명한 일이지만 모두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그 길을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이 말하기를 산에 오르려면 경사진 비탈을 참아 내야 하고 눈길을 밟으려면 위험한 곳을 견디어 내야 한다. 이 견딜 내()자는 매우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만약 비뚤어진 험한 인정과 술수가 많은 세상 길에서 내()자 한 글자를 지탱하며 지키지 않는다면 가시덤불이나 구덩이에 떨어져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비탈진 인생행로에 내()자는 언제나 명심할 일이다.

우리의 선열 안중근 의사는 여순(旅順)감옥에 투옥되었을 때 즐겨 쓰신 글자가 인내(忍耐)이다. 공덕이나 문장은 겉치레요. 마음의 바탕을 제대로 간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지켜나간다면 공적과 지식이 변변치 못하더라도 그 사람됨은 훌륭한 것이다.

공자께서도 논어의 학이편(學而篇)에서 사람이 들어와서 효도하고 나가서 우애하며 근신하여 신용이 있고 모든 사람을 널리 사랑하면서 어진이를 친애하라 그런 행동을 하고 남은 힘이 있거든 학문을 (弟子, 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則而學文)하라고 했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말하기를 어진이를 어진이로 여기되 미녀를 대하듯 하고 부모를 섬기는데 그 힘을 다하며, 임금을 섬기는데 그 몸을 다하고 친구를 사귀되 말에 그 신용이 있으면 비록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말하겠노라라고 했다.

이와 같이 성현들도 사람이 자기의 천성을 다하여 도리에 힘쓰면 그것이 최상이요. 기타의 배움은 그다음의 문제라고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한치의 공로와 한 글자의 문장을 자랑하기 쉽다. 그러나 마음 바탕이 기본적인 문제가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기의 마음을 이롭게 하지 말고, 인정을 없애버리지 말며, 재물의 힘을 다 써버리지 말라. 이 세 가지는 세상을 위하여 마음을 세우고 백성을 위하여 목숨을 세우며 자손을 위하여 복을 세워야 하느니라.’ 하였다.

깨끗한 마음과 다정한 정분과 여유 있는 물질은 세상을 위하는 마음이요. 백성을 위하는 길이며 자손에게 복을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물욕에 가려 착한 마음이 어두워지지 말아야 내 마음은 천지를 본받아 착한 마음을 확립시킬 수 있고 인정을 소진하지 말아야 여러 사람의 뜻을 평안하게 해줄 수 있으며 재력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아야 자손들에게 복을 남겨 줄 수 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조상을 이어받아 후손에 넘겨주는 승조계손(承祖繼孫)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손들에게 여러모로 많은 유산을 넘겨주려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심리이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 인생인 지금 허리띠를 조여 매고,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후손들이 잘 되기를 기다린다.

물력(物力)을 다 쓰지 말고 남겨두어야 후손이 복을 받게 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공평무사하면 밝음이 생기고 청렴하면 위엄이 생기고 용서하면 불평이 없고 검소하면 살림살이가 넉넉해진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인 것이다. 공자께서는 평생에 해야 할 일은 용서라고 하셨다. 이 용서의 서()자는 마음 심()과 같을 여()자가 합해서 이루어진 글자이다. 곧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같아 지는 것이 용서이다. 어떤 사람의 죄를 벌 주려다가 용서하면 그 사람과 나의 마음이 같아지는 것이다. 정말 좋은 뜻이다.

20대 대통령 선거의 투개표가 끝이 났다. 보수정당의 윤석열 후보가 근소한 표차이로 당선되었다. 먼저 축하를 드린다. 그리고 당선자에게 바란다. 수십 수백 가지의 선거용 공약을 모두 지키려면 정치가 혼란하다. 정치에 미숙한 신인이라 정치, 경제, 교육, 군사, 문화사회의 전문보좌역을 등용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이 글의 제목처럼 도야(陶冶)와 훈도(薰陶)의 정신으로 범법자는 엄정히 처벌하되 마음속에 용서(容恕)의 정신을 항상 간직하기 바란다.

 

202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