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제731호 백전백승불여일인(百戰百勝不如一忍)

의성신문 2022. 6. 10. 09:29

자기의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자신의 행실을 곧게 하여 남들로 하여금 미워하게 하느니만 못하고, 좋은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남의 칭찬을 받는 것은 나쁜 일도 하지 않고 남에게 비방을 받느니만 못하다. 남들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일부러 굽히는 것보다는 곧아서 미움을 사는 게 낮고, 선행도 없이 칭찬받는 것보다는 악행도 없이 억울하게 비방 받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향원(鄕原)이란 말이 있다. 향리의 인정을 살펴서 이에 영합하는 사람이니 이는 향인에게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칭송받으나 실제의 행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니 그래서, 공자(孔子)께서는 향원덕지적(鄕原德之賊)이라 하였다.

맹자(孟子)께서 그 뜻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맹자의 제자 만장(萬章)이 공자의 말씀에 대해 내용을 물으니 맹자는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런 사람은 속세와 동화하고 혼탁한 세상과 합류하여 가만히 있으면 충실하고 미더운 것 같고 행동함은 결백한 것 같아서 모두 그를 좋아한다. 자신도 그것을 옳다고 여기는데 정도에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공자는 덕을 해친다고 하였다.

사람은 주관이 뚜렷하고 시비의 결단이 있어야 하며 모름지기 신념을 가지고 모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처신으로 매진할 따름이다.

사사로운 은혜를 베푸는 것은 정론을 잡는 것만 같지 못하고, 사사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옛친구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것만 같지 못하며, 영광된 명성을 세우는 것은 숨은 덕행을 베푸는 것만 같지 못하고, 특이한 행실을 숭상하는 것은 평소의 행실을 삼기는 이만 못하다.’하였다.

공론을 따르고 옛친구를 더 사랑하며 은덕을 베풀고 평소의 행실을 삼가라 하였다. 오래도록 사귀어온 친구는 큰 잘못이 없으면 버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라는 속담이 있으며 그릇은 옛 그릇을 구하지 아니하고 사람은 옛사람을 찾는 것이 바른길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제()나라 안자(晏子)는 나라의 대부(大夫)였다. 그는 사람들과 교제를 잘하였는데 오래 사귈수록 더욱 공경하였다. 그래서 공자께서도 안평중선여인교, 구이경지(晏平仲善與人交, 久而敬之)라고 했다. 사사로이 은혜를 베풀어 당파를 만드는 것보다는 공론을 듣고 행동함이 낫고, 새 친구보다 옛친구의 우정을 독실하게 함이 나으며, 공연히 명성을 바라지 말고 음덕을 베풀며 기이한 절개를 세울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천금의 막대한 돈으로 한때의 환심을 사기는 쉬우나 평생의 은혜는 되지 않으며, 한 그릇의 밥으로 평생을 감사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지나치면 오히려 원수가 되고, 박한 대우가 오히려 기쁨을 주는 일도 있다. 거금으로도 되지 않는 일이 있고, 약간의 도움으로 일생동안 감사하는 일도 있다.

중국의 삼국시대에 관우(關羽)가 조조(曹操)에게 투항한 일이 있었다. 조조는 너무나도 기뻐서 3일 만에 작은 잔치를 열어주고 5일 만에 큰 잔치를 열어서 벼슬을 주고 상금을 주며 협력을 요구했다. 그러나 관우는 유비(劉備)의 소식을 듣자마자 벼슬을 내놓고 홀연히 떠나갔다. 이런 경우가 바로 천금으로 한때의 기쁨은 샀으나 평생의 은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의 장군 한신(韓信)은 어릴 적에 성 밖의 개울에서 빨래하는 노파에게 한 그릇의 밥을 얻어먹고 나중에 성공해서 그 노파를 찾아가니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한신은 천금을 물속에 던지고 노파의 넋을 위로하기도 하였다. 고생이 크면 성공도 크다. 모름지기 재물은 적재적소에 곧 알맞은 자리에 써야 하고 효과 있게 쓸 줄 아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교묘한 잔재주를 졸열함에 감추고 어두움을 이용하여 밝음을 나타내게 하며, 청렴결백을 혼탁한 곳에 기탁하고 굽힘으로서 뜻을 펴는 방도로 삼는 것은 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위급을 모면하게 해주는 구급책이 되고 몸을 보호하는 안식처가 된다. 교졸(巧拙), 회명(晦明), 청탁(淸濁), 굴신(屈伸)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현명한 지혜이다.

길은 뜻을 가진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며 재능을 숨겨 저절로 나타나게 하고, 자벌레가 구부리는 것은 멀리 펴기 위해서이다. 강 가운데서 배가 뒤집히면 구명대 대신으로 쓸 수 있는 빈 병 하나가 천금의 가치를 발휘한다.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가져야 죽음을 면할 수 있다. 깨끗한 지조를 가졌으면서도 속세에 묻히며 굽실거리면서 자기의 뜻을 펴는 것은 몸을 안전하기는 하되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길은 아니다.

늘그막에 생기는 병은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고, 운수가 쇠퇴한 뒤에 생기는 재앙은 번성했을 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부귀를 가득히 누리고 있을 때 군자는 더욱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누구나 젊었을 때 양생(養生)에 힘쓰고 왕운으로 번성할 때 덕을 쌓아야 하느니라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말이 있다. 전전은 무서워서 떠는 모양이요. 긍긍은 조심해서 몸을 움츠리는 모양이다. 합쳐서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편의 글을 적어본다. “감히 범을 맨손으로 잡을 수 없고, 감히 배 없이 황하를 건너지 못하네, 사람은 그 하나만 알고, 그 밖의 것을 알지 못하네, 두려워 조심조심하며, 길은 못가에 다 다른 듯, 엷은 얼음을 밟듯하네쓸쓸한 모습은 곧 번성한 가운데서 싹이 트고 자라나는 왕기는 곧 영락한 가운데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군자는 안락할 때 마음을 한결같이 바르게 지킴으로서 우환을 미리 염려해야 하며 이변을 당했을 때는 마땅히 굳게 백번 참고 견디어서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 괴로움은 즐거움 속에서 맹동하고 흥왕함은 영락한 환경에서 비롯되니 평안할 때 불행을 대비하라는 얘기가 된다.

하늘은 움직인다. 땅은 그대로 있다. 해와 달은 그 자리를 다투어 교체한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주장했나, 누가 이렇게 질서를 지키라고 했는가? 누가 가만히 있으면서 이렇게 운행을 추진 시키는가 생각건대 거기에는 천지운행의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백인(百忍)이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이라도 참고 견디어 낸다는 뜻인데 여기에는 아름다운 고사가 있다. 당서(唐黍) 효우전의 이야기이다. 당나라 사람 장공예(張公藝)9대가 한집에 살았다. 그를 중심으로 위로는 고조(高祖)까지 아래로는 현손(玄孫)까지 동거하니 그 계열의 친척이 수십 수백이 될 것이다. 그러나 별 다툼도 없이 화목하게 잘 살아 그 소문이 전국에 퍼졌다. 그래서 당시의 고종(高宗) 임금이 태산을 순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집에 들렸다. 장공예에게 화목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대답하기를 백지에다 참을 인()100자를 써서 임금에게 바쳤다. 고종 임금은 그에게 비단을 하사하였다고 했다.

 

만언만당불여일묵(萬言萬當不如一黙)

만번 말하고 만번 당연한 말이라도 침묵을 지키는 것만 같지 못하고

 

백전백승불여일인(百戰百勝不如一忍)

백번 싸워 백번 이기더라도 한번 참는 것 보다 못하다

 

끝으로 청마시초 가운데 한구절을 옮겨 적는다.

내 죽으면 하나의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침묵에, 안으로 안으로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어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202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