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美學 Ⅱ

Neva江, 그 江邊을 거닐다

의성신문 2017. 5. 15. 14:43

Neva江, 그 江邊을 거닐다


오늘은 의성신문(義城新聞) 독자 여러분과 함께 먼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199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필자는 러시아 국립 Herzen교육대학교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기 위한 출장 중이었다. 그런데, 이 대학은 1797년에 개교한 유서깊은 대학일 뿐만 아니라 1703년 ‘러시아 근대화의 아버지’ 피터(Tsar Peter) 대제(大帝)가 ‘서(西)유럽으로 가는 창(窓)’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 건설한 ‘북방(北方)의 베네치아(Venezia)’라 불리어지는 러시아의 제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 위치한 명문대학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북위 60도에 위치해 있으며, 아름다운 핀란드만(Finland灣)에 맞닿아 있어서 한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가 계속되는 곳이다. 무려 86개의 강(江)과 운하(運河), 101개의 섬이 있는 항구도시로서, 유럽풍의 각종 건축물, 성당(聖堂)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사크성당ㆍ카잔성당, 피터대제가 지은 여름궁전, 역대 황제들이 거처했던 겨울궁전, 예카테리나궁전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명물로 이름이 높다. 바실레프스키섬으로 이어지는 네바강(Neva江)의 궁전다리, 전(全) 세계의 미술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에르미타주박물관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명성을 더해주고 있는 곳이다.


빛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아름다운 도시의 기억은 아직도 필자의 머리 속에 남아 있다. 페테로파블로프스키요새(要塞)의 성벽 위에 잘 정돈된 산책길을 걸으면서 바라다 본 키로브다리ㆍ이사크성당ㆍ구해군성(舊海軍城)ㆍ에르미타주박물관ㆍ바실레프스키섬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뿐이 아니었다. 네바강 위에 떠다니는 평화스러운 유람선의 모습도 볼 거리였다. 이러한 기억을 떠올리며, 2005년 6월에도 이 곳을 찾았다.


네바강!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는데, 핀란드만으로 이어지면서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Moscow)와 볼가강(Volga江) 유역의 여러 도시를 잇는 주요한 수상교통로(水上交通路)의 구실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네바강변을 거닐면서 상트 페테르부르크 도시건설 300주년(2003년 5월 16일)을 기념하는 표지석(標識石) 앞에 모인 많은 관광객들 틈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피터대제가 스웨덴(Sweden)의 침략으로부터 러시아(Russia)를 지키기 위해서 늪지대에 건설하였다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과대학을 방문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일 중의 하나이다. 주기율표(週期律表)를 완성한 멘델레에프(Mendeleev), 세계 최초의 칼라사진을 만든 부라꾸진로스키(Brakuzinroski), 열화학(熱火學)의 창시자인 헤스(Hess), 현대 금속학(金屬學)의 창시자인 체르노프(Chernov) 등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교수로 재직했던 개교 177년(1998년 기준)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으로서 명성이 높다. 

또, 필자는 그 뒤로도 특강을 위해서 두 차례 Herzen 교육대학교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 첫 번째로는 2001년 6월로 기억된다. 그 대학 법학교수와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불법행위법의 최근동향”을 강연했다. 두 번째는 2005년 6월 “한국 가족법의 최근동향”을 주제로 강연했는데, 이는 그 해 3월 31일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가족법(家族法)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이 때는 호주제도(戶主制度)가 폐지되고, 친양자제도(親養子制度)가 도입된 것이 중심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만남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1998년, 그로부터 19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그 때의 기억은 언제나 필자의 머리 속을 채워주고 있다. 그것은 그 때 필자와 함께 했던 이들의 고마움 때문이다. 특히 이철태 교수(단국대)를 잊을 수 없다. 이 교수와 함께 모스크바ㆍ상트 페테르부르크ㆍ노브고로드ㆍ발트해변(海邊)을 여행하면서 친교를 다졌던 기억이 새롭다.


이러한 인연을 이어가면서, 2000년에는 Herzen 교육대학교 Victoria G. Vorontsova 국제담당 부총장보를 서울에 초청하여 함께 여행을 즐겼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12월 5일, 서울에 도착한 그를 프라자(Praza) 호텔에 여장을 풀게 하고, 7박8일간 우리나라의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일정을 잡았다. 이 때, 이철태ㆍ김춘경(동덕여대) 두 교수와 민영호 사장(주식회사 정한페이퍼)이 참으로 많은 수고를 하였다. 지금도 이 세 사람의 호의를 잊을 수 없다.


먼저 한국의 문화유산(文化遺産)을 접하도록 하는 일이었다. 첫 째 날, 우리 일행은 Victoria와 함께 덕수궁(德壽宮)ㆍ경복궁(景福宮)ㆍ창덕궁(昌德宮)ㆍ남산골 한옥(韓屋)마을을 둘러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청류정(廳流亭)ㆍ망북루(望北樓)ㆍ피금정(披襟亭)ㆍ천우각(泉雨閣)ㆍ청학지(靑鶴池)와 어우려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남산(南山) 팔각정(八角亭)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시가지(市街地)도 Victoria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원더-풀을 연발했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다음의 여행지인 제주도(濟州島)에서였다. 남극(南極)의 정취가 넘치는 제주도, ‘동양(東洋)의 하와이(Hawaii)’로 불리어지는 이 곳은 참으로 신비로운 섬이었다. 성산일출봉(城山日出峰)ㆍ산굼부리ㆍ성읍(城邑) 민속마을ㆍ천지연폭포(天地淵瀑布)ㆍ산방굴사(山房窟寺)ㆍ목석원(木石苑)ㆍ목관아지(牧官衙址)ㆍ삼성혈(三姓穴)ㆍ용두암(龍頭岩). 이 모두가 Victoria에게 참으로 좋은 선물이었다. 돌담과 독특한 초가지붕을 둘러보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도 그를 따랐다. 널따란 초지(草地)에 넘실대는 은백색의 억세풀 사이를 걸으면서 나누었던 대화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제주도의 남북을 연결하는 5ㆍ16도로(道路)의 한껸에 세워져 있는 해녀상(海女像)이 우리의 발걸음을 멎게 했다. 해녀(海女)! 이것은 제주도 여성의 끈기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상징이 아닌가. 중문관광단지(中文觀光團地) 내에 있는 여미지(如美地) 식물원도 볼거리였다. 화접원(花蝶園) ? 수생식물원(水生植物園) ? 다육식물원(多肉植物園) ? 열대생태원(熱帶生態園) ? 열대과수원(熱帶果樹園)이 우리의 발걸음을 멎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정다운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헤어짐이 아쉬운 법이다. 그러나, 헤어짐은 다시 만남을 약속하는 것이다. 우리는 만남의 소중함을 얘기하면서, 독일의 작가 한스 카로사(Hans Carrossa : 1878~1956)가 남긴 명언, “인생(人生)은 만남이다”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