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주년
특/별/기/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의성신문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지역에서 신문을 30년 동안 발간하면서 발행인이 겪은 크고 많은 어려움을 독자로서 쉽게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가을에 익어가는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리 없듯이, 신문은 발행인의 땀과 고뇌와 결단이 잔뜩 배어있을 것이다.
언론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역점을 두고 연구하고 진행하는 주민자치에서도 마을이라는 공동체는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의 양축으로 이루어지며, 그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 된다.
주민 |
|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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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unication | leadersh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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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마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간에 소통이 있어야 비로소 마을로 된다. 그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것은 지도자들의 몫이다. 그러니까 의성은 주민자치, 즉 주민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지도자들의 바람직한 리더십에 의해서 비로소 의성답게 발전한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자치다
주민자치는 소정의 지역(마을, 동네, 근린)의 생활 관계들을 지역의 주민(주민, 사업주, 출향인)들이 스스로(자발적, 자주적, 자율적) 해결해 가는 체계(조직, 자원, 절차)가 주민자치다. 주민자치는 ▲‘소정의 지역’이 주민들의 자치 지역으로 주어졌는가 ▲‘지역의 주민’들이 주체로 지위에 있는가 ▲지역의 문제에 대해서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는 ‘자치의 체계’가 있는가가 기본 요소다.
학자와 관료들도 주민자치 정책의 근본원리를 놓치고 있다
단체자치는 지역을 중심에 두고 성립되며, 주민자치는 주민이 중심이 돼서 성립된다. 지역에 방점을 두면 지역에서 발생하는 관계가 자치의 중심이 되지만, 주민에 방점을 두면 주민들에게서 발생하는 관계가 중심이 된다. 따라서 지역자치회와 주민자치회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지역 |
| 주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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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자치회 |
| 주민자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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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방점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단체-NPO-지역 주민 협력 |
| 주민에 방점 주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주민들이 자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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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에 중심 |
| 주민에 중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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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치회는 자치회가 아니라, 도시 계획 등이 가능한 행정구역이 대상이 되며, 자치회라기보다는 자치단체가 더 맞다. 우리나라는 읍ㆍ면ㆍ동이 자치 계층이 아니라 행정 계층이 돼있지만, 지역에 방점을 두는 경우는 읍ㆍ면ㆍ동이 맞다. 도시 계획도 가능하고 행정 서비스도 가능하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 있는 모든 주민과 단체와 기관이 협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곽현근 대전대학 교수의 동네자치나, 남재걸 건국대학 교수의 생활자치는 지역자치 한쪽에만 방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다르다. 주민에 방점을 두면, 주민의 관심을 벗어나는 일이나, 주민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을 주민자치회에 기대하거나 부과하는 것은 자치를 심각하게 유린하는 것이다. 사업에 중점을 두는 지역회의와 주민에 중심을 두는 주민회의는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마을은 읍ㆍ면ㆍ동의 식민지인가
한국의 행정 체계는 지금까지의 질곡의 역사를 청산하지도, 숙성시키지도 못하고 그대로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 체계로 설계된 ‘식민지 행정 체계’가 아직도 대한민국의 행정 체계로 남아서 특히 자치단체가 지역 사회를 식민지처럼 관리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읍ㆍ면ㆍ동은 말 그대로 읍ㆍ면ㆍ동장의 행정 구역으로 설계돼 있으며,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의 주민자치 구역도 아니고,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의 주민자치 구역도 아니다. 읍ㆍ면ㆍ동장은 자신의 행정 구역을 관리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과 예산과 사업을 모두 갖고 있으며, 지역의 조직으로 통ㆍ리장까지 휘하에 두고 행정이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배타성까지도 지니고 있다.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도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도 읍ㆍ면ㆍ동에서 쪽방 하나도 차지하지 못하는 초라한 위원회가 돼 있으며, 읍ㆍ면ㆍ동 지역에는 근거를 전혀 두지 못하는 사이비 위원회가 돼 있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자치할 수 있는 소정의 지역에 근거를 두고 출발한다. 주민자치 공간은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에서 주민자치회는 소정의 지역을 대표해야 하며, 소정의 지역에 포괄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읍ㆍ면ㆍ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먼저, 통ㆍ리반의 지역은 확실하게 주민들의 자치 공간으로 분권을 하자. 통ㆍ리 지역까지도 읍ㆍ면ㆍ동장의 행정 구역으로 편입한다면, 주민자치는 성립할 터전이 없어서 출발 조치도 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주민은 읍ㆍ면ㆍ동장의 졸(卒)인가
인사가 만사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인사는 전적으로 읍ㆍ면ㆍ동장이 좌지우지한다. 읍ㆍ면ㆍ동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주민자치위원은 지역의 주인이 아니라 읍ㆍ면ㆍ동장의 머슴이다. 읍ㆍ면ㆍ동장의 행사에 참가하고, 필요한 기부를 하는 정도로는 자치가 전혀 아니다.
일부 주민자치위원은 지역을 위해 봉사했다고 주장하지만, 봉사를 하려면 자원봉사센터로 가서 봉사하면 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를 하는 위원회다. 주민자치를 해야 하는 위원회의 위원이 자원봉사를 치적으로 자랑하는 것은 자치와 봉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다.
주민자치위원은 읍ㆍ면ㆍ동장의 머슴이 아니라 지역의 대표요, 주민의 대표라야 한다. 주민자치위원이 지역의 대표가 되려면 지역에서 대표로 선출돼야 하며, 주민의 대표가 되려면 주민의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역에서 선출되거나, 주민에 의해서 선출되지 않고는 어떤 방법으로 선정되든, 그 주민자치위원은 읍ㆍ면ㆍ동장의 권속에 불과하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는 ▲가능한 한 일을 적게 하는 것이 미덕이며 ▲가능한 한 지역 대표의 지위를 누리는 것이 미덕이며 ▲꼭 필요한 일도 공무원에게 잘 미루는 것이 미덕이다. 그리곤 생색낼 정도의 봉사만하고 지역을 대표하고, 주민을 대표하는 엄청난 지위를 공짜로 누리려는 것이다.
주민자치를 위한 분권은, 지역의 대표는 지역에서 선출하고, 주민의 대표는 주민들이 선출하는 것이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지역이나 주민을 대표해야 지역을 경영할 수 있고, 사회도 경영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읍ㆍ면ㆍ동장과 관계를 올바르게 설계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협력이나 협치라는 미명으로 자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자치로 협치를 하거나, 협력을 하는 것이지, 협력이니 협치로 자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주민자치는 행정서비스 하청인가
주민자치(위원)회가 자치를 하지 못하면, 현재의 상태로는 자치회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읍ㆍ면ㆍ동이 자치를 행정으로 대체해 버린다.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주민자치(위원)회의 대부분은 읍ㆍ면ㆍ동에 복종하는 하부 조직이거나, 활동 자체를 읍ㆍ면ㆍ동에 기생하는 기생 조직이다. 주민자치의 기본적인 활동을 계획-실행-평가하는 기본 과정이나 절차가 주민자치(위원)회에는 없다.
그런 주민자치회를 그래도 두보 볼 것인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주민자치 정책도 개혁하고, 주민자치회도 개혁하고, 주민자치위원도 개혁해야 한다.
의성군의 주민자치
현재 한국은 주민자치회라는 광풍에 휩쓸려 있다. 행정안전부가 앞서서 시범실시 권한으로 전국의 시ㆍ군ㆍ구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라고 강요하고 있고, 행정안전부의 하부 조직일 수밖에 없는 시ㆍ군ㆍ구는 주민자치에 대한 지식 없이 주민자치회를 무분별하게 도입하고 있다. 월권에 맹종이다.
의성군의 주민ㆍ마을 자치회 조례를 보면서 지금까지 100여 개의 시ㆍ군ㆍ구가 저지른 치명적인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첫째,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제27조(주민자치회의 설치)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ㆍ면ㆍ동에 해당 행정 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은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내용을 뺐다.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을 뺀 것이다. 주민이 없는 것이다. 주민총회가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공론장에 불과할 뿐 주민자치회는 아니다. 표준조례안은 주민자치회의 구성이라는 조항도 없고, 주민으로 구성한다는 조항도 없다. 매우 기본적인 오류고, 심각한 오류고, 법률을 위반하는 오류다.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어서 생기는 모순과 오류가 표준조례안의 여러 조항에서 발견이 된다. 특별법은 “주민자치회 위원은 조례에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촉한다”고 정하고 있다. 표준조례안은 제9조(위원의 선정)에서 “주민자치회 위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 공개추첨으로 선정한다”고 돼 있다. ‘조례에서 정하는바’는 지역의 특성에 맞도록 하라고 위임하는 것인데, ‘공개추첨으로 선정한다’는 것은 전국의 모든 읍ㆍ면ㆍ동에게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 선출은 주민들을 화합시키는 과정이어야 하고,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지니게 되는 선출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위원을 공개추첨으로 선정하면, 과정의 의미를 없애서 주민자치의 기본을 흔들어 버린다. 마을에도 주민에도 맞지 않다. 특히 척박한 주민자치의 토양에서는 전혀 맞지 않다. 이런 오류가 여러 조항에서 발견된다.
둘째, 주민자치회에는 자치가 없다.
여러 학자들이 반복적으로 지적한 조항이다. 주민이 없으니 당연히 주민들이 주체로 할 수 있는 자치는 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안을 드린다.
지금까지 실패한 주민자치의 원인은 앞서 지적한 대로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는 주민자치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도 있고, 자치도 있으면서 보기 좋게 성공하는 주민자치회를 만들면 된다.
한국에는 주민자치 전문가가 없다. 관료들 중에는 주민자치 전문가가 없고 행정학자 중에도 주민자치가 전문가가 없으며, 주민자치를 용역하는 학자도 주민자치 전문가가 없다.
흩어져 있는 지식들을 모으고 의지들을 결합시키는 연구 체계를 만들어서 노력하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의성신문이 앞장서서 주민자치를 견인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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