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김주수
2020년 1월 21일 의성군과 군위군에서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의성비안ㆍ군위소보 공동후보지가 이전부지로 사실상 결정된 지도 벌써 180여일이 지났다.
의성군의 미래를 변화시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10,000km를 날아 온 사람도 있었고, 거동이 불편하여 간병인의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를 타고 오는 주민들도 있었다.
여생의 끝자락에서 삶의 마지막을 덤덤하게 맞이하고 있는 사람도, 본인이 살아있을 때 공항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농을 던지며 투표하는 어르신도 모두 공항유치에 대한 간절함은 한마음 한뜻이었으리라.
각 투표소에는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진 대기행렬이 장관을 이루었다.
이 광경은 젊은 사람들이 타지로 떠나고 점점 초고령화가 진행되어 지방소멸 위험지수 1위라는 오명(汚名)의 타이틀을 버리고, 의성군의 새로운 백년대계를 위한 6만 군민의 소망이 더해진 청사진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투표 사상 유례가 없는 90.36%라는 찬성률로 나타났다.
이는 존재의 가치를 부여해 주고 태생적 뿌리를 심어준 고향과 아늑한 삶의 터전이 조만간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이루어낸 기적이었다.
하지만 통합신공항 이전에 대한 희망이 담긴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의 염원을 싣고 순풍에 돛 단 배처럼 나아가야 하는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예상과는 다르게 군위군의 단독후보지(우보) 유치신청과 4ㆍ15 총선 및 코로나 19라는 암초를 만나, 주민투표 이후 5개월이 넘도록 교착상태에 빠져 진행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2019년 11월 22일 ~ 24일 의성군과 군위군의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를 통해 이전부지 선정기준을 마련하기로 지자체장이 동의하였고, 조사결과를 반영한 이전부지 선정기준을 제5회 선정위원회에서 의결하였다.
법률과 지역사회 합의 및 지자체장의 동의라는 선정기준을 주민투표라는 공정한 결과물로 도출했지만, 군위군은 ‘기준’을 정하는 절차는 전적으로 무시해 버리고, 자구적인 법률 해석과 자료집을 근거로 독단적인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합의’와 ‘동의’는 혼자서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이 확정되고 예비이전후보지를 선정하던 과정에서부터 이전후보지를 선정하고 또한 최종 이전부지 선정을 앞둔 지금까지 의성군과 군위군은 더 나은 미래발전을 위해 함께 걸어왔던 수많은 과정과 노력들이 있었다.
이 과정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갈등을 넘어서 고장난명(孤掌難鳴)의 정신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또한, 국방부는 답보상태에 빠진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을 지역사회의 합의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하루 빨리 선정위원회를 개최하거나, 또 다른 대안을 강구하는 등 후속 절차 진행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이전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로부터 의성군과 군위군은 인접한 지역으로 사회ㆍ경제ㆍ문화 공동체를 형성하여 공생(共生)하는 관계였다. 경계를 만들어 서로를 배척하지 않았고, 소통하며 융화하였다.
하지만 현재 두 지자체는 통합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주민들은 진척 없는 최종 이전부지 선정과정을 지켜보며 사업 무산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통합신공항 공동유치는 의성군과 군위군의 최대 현안인 지방소멸 위험과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고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회복하여 새로운 경제 재도약을 위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이다.
통합신공항 건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구경북에만 해도 생산유발액이 7조를 넘어서고 부가가치 유발액은 2조 5,899억원이며 취업 유발인원은 5만 여명이 넘어설 것으로 분석되었다.
공항이 이전되면 국내외로 인구유입이 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하늘길로 이동하는 물류산업은 다방면의 생산유발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또한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회복을 견인할 중대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 추운 겨울날씨도 막지 못했던 6만 군민의 간절했던 염원과 눈물 어린 노력을 회상하며, 두 지자체의 상생발전과 대구경북의 동반성장을 위해 군위군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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