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덕새
니(네) 모간지(모가지) 짜르고(짧고)
내 모간지(모가지) 길~고.
황새 덕새
니 댕기는 더럽고(짓궂게 ‘똥 묻었고’로 하기도)
내 댕기는 곱~고.
- 신평면 중율리에 전해오는 《황새노래》
아주 깊은 산골인 신평면 중율리에 전해오는 동요이다. 5·16 후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문화 혜택이 전혀 없던 마을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들이 아기 때부터 동요(童謠)를 부르면서 자라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왜가리와 백로를 같은 종류의 새로 알았고, 이들 철새가 <황새>인 줄 알았다. 그리고 황새의 뒷머리에 빨간 댕기 모양의 깃이 있다고들 했다. 그때 꼬마들이 왜가리를 보고 부른 아동요(幼兒謠)이다.
① 황새를 향해서 앞 구절을 계속 부르면
황새가 알아듣고
“내 목이 짧다니 이렇게 긴걸.” 하며
긴 목을 더 길게 늘여서 보여준다고 믿었습니다.
② 황새를 향해서 뒤 구절을 계속 부르면
황새가 알아듣고
“내 댕기가 더럽다나 이렇게 고운걸.” 하며
목뒤의 댕기깃을 더 길게 늘여서 보여준다고 믿었습니다.
이 밖에도 중율리에는 <세상 달강> <불미(풀무) 밟기> 등이 있었고, 천자책 노래 <하늘천 따지 감은 솥에 누룽지···>와 그네 노래 <워~리 군디(그네)야···> 비 노래 <비야 비야 오지 마~라···> 등의 노래가 있었다.
위 동요는 아동문학가, 특히 세계적 동시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신현득 선생님께서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 보내주신 자료에 의한 것이다. 특히 신현득 선생께서 태어나 자란 신평면 중율리는 왜가리가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번 호에 왜가리에 대하여 알아보자.
의성의 백로와 왜가리 서식 실태
지금까지 5회에 걸쳐 의성지역의 나무와 꽃 그리고 나비 등에 대해 알아봤다. 노루귀 → 깽깽이풀 → 산수유와 의성개나리 → 모란 → 작약 → 연꽃과 기린초 그리고 붉은점모시나비 → 순채 → 백일홍 등의 순으로 꽃이 피고 지고는 했다. 더러 겹치지만, 6월까지는 지속해서 피어나니 이어서 감상할 수 있었다. 가을이 되어 산수유 빨강 열매가 맺힐 때까지는 무엇을 보며 즐길 수 있을까?
볏단이 사라진 지금에야 볼 수 없겠지만, 과거에는 두루미들이 안계평야를 늘 찾았다. V형 편대를 지어 들판을 가로지르면서 ‘뚜루 뚜루’소리를 내고는 했다. 당시 사람들은 백로를 보고도 황새, 두루미를 보고도 황새라고 하였다. 그런데 예전 사람들은 왜가리를 두고서도 황새(백로과는 황새목에 속한다)라고 하였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과 2012년 각각 4~6월(번식기) 중 전국에서 확인된 174개 집단번식지 중에서 148개 지역의 백로·왜가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성지역 왜가리 번식지 현황을 살펴보자. 이제 왜가리에 대해 알아보고 즐길 때이다.
전국에 분포하는 백로·왜가리 집단 번식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만 5,512쌍의 번식을 확인했다. 종별 둥지 수는 왜가리가 1만 3,422개로 가장 많았고, 중대백로 7,835개, 쇠백로 5,810개, 황로 4,226개, 중백로 2,973개, 해오라기 1,243개, 흰날개해오라기 3개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확인된 148개 집단 번식지 가운데 둥지 수 평균은 239.93±255.66개, 면적은 평균 4,592±7,511㎡, 평균 해발고도 110.34±107.23m, 평균 경사도는 6.28±7.03°로 나타났다.
서식지역 | 최대둥지수 | 구성종수 | 면적 (m’) |
번식밀도 (둥지수/㎡) |
고도(m) | 식생유형 | 경사도 (°) |
신평면 중율리 | 275개 | 4종 | 8,212.66 | 0.03 | 137 | 활엽수 | 8.68 |
점곡면 사촌리 | 130개 | 1종 | 2,567.34 | 0.05 | 180 | 활엽수 | 0.00 |
의성읍 팔성리 | 80개 | 2종 | 455.03 | 0.18 | 100 | 활엽수 | 10.2 |
광산천 주변에 있는 신평면 중율리에는 6~10m 이상 높은 곳에 서식하는 왜가리 230마리와 중대백로 30마리, 그보다 낮은 지역에 서식하는 쇠백로 10마리와 중백로 5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미천 인근의 점곡면 사촌리에는 왜가리 단일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남대천변에 위치한 의성읍 팔성리에는 왜가리와 중대백로 2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광복과 함께 청학마을로 찾아온 왜가리
왜가리의 깃털이 달빛을 받으면 군청색으로 보여서 이름 붙여진 청학(靑鶴)마을. 처음으로 청학마을을 찾은 새는 동요에 등장하던 황새(鸛鳥)였다고 하며, 왜가리가 찾아온 것은 광복이 되던 해 1945년 봄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1976년부터 백색, 황색(백로) 300~400마리가 날아와 살게 되면서 그전에 살던 회색 황새는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1986년 군지를 편찬할 당시에는 또다시 회색 빛깔이 지배적으로 많았다고 하였으며, 1,000마리에 육박하는 새들이 서식하였다고 한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과 2012년 조사한 최대 둥지 수 기준으로 전국에서 38번째 서식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사 당시 도로공사와 광산천 정비공사가 진행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이는 번식에 방해 요인으로 다른 곳으로 잠시 자리를 바꾸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높이 30m, 수령 100년 넘는 늙은 나무와 함께하는 중율리 왜가리 서식지는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86년 경상북도교육위원회에서 발간한 『내 고장 경상북도(지리편)』에서도 왜가리의 서식지 중률동(中栗洞)을 소개한 바 있다. 1978년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300여 마리의 왜가리가 날아와 서식(棲息)하였다고 한다.
왜가리는 3월 초 태국에서 옮겨와 살다가, 9월 말 다시 이동해 가는 철새이다. 군지(郡誌)에 왜가리가 이 마을에 서식하게 된 것은 1945년 봄부터였다고 한다.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1/50,000 지형도에 마을 남쪽에 노등령(鷺磴嶺)이 있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왜가리가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노등령(鷺磴嶺)이란 ‘해오라기 노니던 비탈진 언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산의 남쪽으로 먹이 활동하러 가던 고개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더구나 근처에는 어부곡(魚浮谷)이 있다. 지명 유래를 추측건대 예전부터 먹이 활동을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평면은 의성군에서 으슥하고 한적한 곳이라 할 만한데, 신평면 중에서도 가장 으슥하고 한적한 곳이 중율리이다. 사람들은 잘 찾지 않을지 몰라도 해마다 왜가리들은 귀한 손님으로 이 마을을 늘 찾아와 주고 있다.
지속해서 오랫동안 이 마을에서 번식하는 것은 산림(둥지를 트는 장소)과 습지(취식 장소) 등의 서식지 요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백로와 왜가리는 서식지의 건강성을 평가하기에 좋은 생물학적 지표종(biological indicators)이다. 이들의 번식 성공과 서식 여부가 주변 환경의 변형이나 오염 정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의성 왜가리 생태관
의성 왜가리 생태관은 의성군 신평면 왜가리길 1185번지에 있다. 2층 건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전시실, 영상실(48명), 뮤지엄 샵, 카페가 있으며 2층에는 전시실, 연구실(32명), 도서실 등이 있다.
1, 2층 상설전시실에는 철새의 여행길과 청학마을에 대해서 알아보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왜가리의 생김새며, 종류, 번식지, 사냥터 등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2층 왜가리 스튜디오에서는 VR을 통하여 왜가리가 되어 비행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왜가리 연구실에서는 직접 만들고 그려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야외 생태공원을 거닐며 왜가리를 눈으로 직접 관찰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왜가리 생태마을을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검색창에서 왜가리를 주제로 한 생태관을 찾을 수 없었다. 의성지역의 특색인 것이다. 그런데 왜가리는 오염되지 아니한 깨끗한 곳이라 늘 찾아오지만 오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잘 찾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왜가리 축제를 여는 모양이다. 축제로 인해 떠들썩해지면 조용한 걸 좋아하는 왜가리는 이사 가버리지 않을까?
그래서 2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 생태체험관 옆 건물에 문학관을 개관하자.
이 마을 출신으로 이름난 아동문학가 한 분이 계시다. 과거 교통편이 불편해 군내 이곳저곳을 다녀볼 기회가 없었지만, 의성의 한 귀퉁이 오지에서 태어나 아동문학가로 널리 알려진 분이 계시다. 문학관을 지으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로, 이용요금을 돌려주자.
신평면은 도청 신도시와 매우 가깝지만, 아직도 외딴 오지로 인식되는 곳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짧은 시간에 하회마을이나 도청 신도시에 도착할 수 있다. 의성읍 지역과는 멀리 떨어진 안동시와 경계한 곳에 있기 때문에 의성이 아닌 안동지역으로 먹고, 사러 간다. 생태관 이용요금을 받아도 큰 도움이 못 된다. 요금을 천원 단위로 받되, 의성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 주자. 의성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성에 생태관이 있어야 할 까닭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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