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마을로 유명한 곳은 전남 구례와 경기도 이천, 양평 그리고 경북 의성이다. 의성은 푸른 마늘 논과 원색적이고 강렬한 노란색이 어우러져서 더욱더 이색적이다. 의성 산수유 꽃피는 마을은 사곡면 화전2리와 화전3리이다.
조선 시대 선조 13년(1580) 화전3리 마을을 개척할 당시부터 나병 치료에 좋은 약재로 알려진 산수유나무가 주위에 많이 자생하고 있어 풍병(風病)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뜻에서 전풍[全風]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이후 화전2리 간 약 2km 거리의 개울가를 따라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경작지 흙이 빗물에 쓸려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열매를 수확하여 약재를 팔기로 한 것이다. 산수유 마을에는 200년 이상 된 3만여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심어져 있다. 꽃이 만개하였을 때는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이다. 김주영의 『천둥소리』에서 길녀가 먼저 들렀다. 따라나서 보자.
‘의성에 내렸으나 산수유가 많이 나는 마을은 여럿이었다. 의성읍에서 동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사곡면이라는 땅이 기름진 곳이 있었는데, 사곡면에서 작승이나 신리나 화전이라는 곳에서 산수유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토현이나 용지, 매곡 같은 마을이라면 모두가 길과 연이어진 마을들이었으나 그들 세 마을은 모두가 달구지 길에서 10리나 시오리 정도 조도[鳥道]를 따라 깊숙한 골짜기로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는 뜸 마을이었다. …
계곡과 기슭마다 늘어선 산수유가 끊이지 않아서 이 산수유나무들이 끝나지 않는 어느 곳에서 언젠가는 궐녀를 찾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한결 피로를 덜어 주고 있었다. 길녀는 길가 마을로 나가지 않고 산수유나무들이 들어선 계곡과 고개티를 따라서 신리라는 곳을 지나고 화전리라는 뜸 마을에 당도했는데…’
산수유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있다. …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
겨울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난 뒤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어젖히면 따뜻한 햇볕과 바람이 밖으로 이끈다. 수많은 봄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대지만, 그중 노란빛으로 가장 먼저 환하게 밝혀주는 산수유꽃이 단연 으뜸이다. 무리 지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더욱더 그렇다.
봄이 되면 의성의 산에는 생강나무가 밭둑, 논둑, 개울가 좌우, 골짜기, 산등성이에는 산수유 그리고 고샅길과 돌담 등에는 의성개나리가 노란색 꽃을 피워낸다. 그야말로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인다. 산수유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박목월의 시 ‘귀밑 사마귀’에서 이야기하던 산수유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마다 찾아주지 않으시려는가? 4월 중순이면 산수유꽃이 종적을 감춘다. 그 이전 숲실을 방문하여 영원불멸의 사랑을 맹세해 보는 것도 좋겠다. 봄이 지났다면 빨간 열매가 반겨줄 가을을 기다려야 한다.
빨간 산수유 열매 - 남자한테 참 좋은데 ~ 말로 설명할 순 없겠고 ~
…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 김종길의 성탄제(聖誕祭)에서 -
가을이 되면 갓난아기 새끼손가락만 한 붉은 열매가 다닥다닥 매달린다. 산수유 열매는 체내의 정(精)을 보(保)하지만, 씨는 정을 출(出)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정력제 등의 약재로 쓸 때에는 특히 씨를 제거하고 말린다. 과거 농한기 때면 온 식구가 모여앉아 앞니로 산수유 열매의 씨를 발라냈다. 그래서 사람의 침이 약효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손이 부족한 요즘에는 기계로 분리하기도 하지만, 그대로 둔 채로 외지 상인에게 판매한다.
구천면 청산리 밤바위 부근은 조선 후기의 무관 노상추(盧尙樞, 1746~1829) 공이 1823년 백운동으로 옮겨와 살던 화체당(華棣堂) 터이다. 17살부터 84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일기를 남겼던 분이다. 공이 쓴 일기에 의하면 1772년 4월의 온견삼승탑(溫腎渗濕湯), 5월의 회련쌍화환(茴練雙花丸), 1792년 5월의 가미온담탕(加味溫膽湯) 등에 산수유(山茱萸)를 약재로 썼다.
한방에서는 보익간신(補益肝腎), 수렴고삽(收斂固澁)의 효능을 이용하여 선천적으로 체질이 약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약재로 쓰였다. 몸이 허약하다고 보이는 노인의 여러 질병에 사용된다. 특히, 몸이 허약해서 생기는 성 기능의 장애에도 관련이 있다. 그래서 ‘남자한테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순 없겠고~’라는 산수유 광고가 있었다. 산(酸)의 수렴작용으로 몸이 허하여 체액이 비정상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되는 증후에 도움이 된다.
국내외에서 성분 분리에 의한 산수유의 약리 활성을 연구한 결과 이뇨․혈압강하, 자양, 혈당 강하, 항알레르기, 중추억제, 항미생물 작용이 보고되어 있다. 산수유의 성분이 항염증, 항당뇨,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질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용작물 의성개나리와 사곡시 이야기
예부터 낮은 산비탈에 심어 가을에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따서 보약으로 사용한 것이 산수유이다. 그러나 대체로 산수유는 화전리처럼 북서쪽이 막힌 남동향 비탈진 곳에서 잘 자랐다. 산수유를 비롯한 약용작물을 많이 재배하기는 사곡, 옥산을 중심으로 한 산간지방과 주변의 점곡과 안평 등지였다. 지황, 목단, 당귀, 백작약, 황기, 천궁, 백지, 시호, 황금, 방풍 등의 약초를 재배하였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생약 연교(連翹)는 의성에서 생산되는 개나리의 열매이다. 전국 수요량을 모두 의성에서 충당하여 왔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서도 개나리 열매를 얻기 어렵다고 하였는데, 보통의 개나리는 열매를 맺지를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의성개나리는 열매를 많이 맺는다. 개나리의 종류로는 산개나리, 장수개나리, 만리화가 있다. 하지만 소염작용과 관절통에 좋은 연교(連翹)는 의성개나리에만 열린다. 일제강점기에는 시가(時價)가 좋아서 논․밭둑에 많이 재배하였다. 한해 20,000근 정도를 생산하였다.
숲실마을의 토양은 사양토와 심양토로 감 재배에 좋은 조건을 갖췄는데, 임진왜란 당시 이곳으로 피난을 온 최 씨 일문이 처음으로 감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사곡시를 일명 ‘수시’ 또는 ‘숲실종’이라고도 하는 것은 마을의 이름을 딴 것이다. 모양은 평평하고 씨가 없다. 육질은 단단하다. 맛은 조금 떫으나 당도가 높다. 일제강점기이던 1934년에만도 서울, 대구, 만주 등지로 아주 비싼 값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산수유마을 즐기기
산수유 마을을 소개하면서 시와 소설의 한 구절을 인용하였다. 산수유 마을을 단순히 둘러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와 함께하거나, 소설 속의 주인공이 걷던 여정 따라 거닐어 본다면 더욱더 즐거울 것이다. 어느 사진가는 Best 사진 촬영지를 소개하면서『사진 촬영 포인트 120』의 하나로 선정하였다. 출사지로도 적합한 곳이다.
의성 산수유 마을은 전남 구례가 산수유 마을로 널리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시작은 2006년도 ‘제1회 의성 산수유꽃 전국 사진 공모전’에 의성사진동호회 두 분이 출품을 하여 박석현 작가는 금상, 박태현 작가는 입선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약선식품이 아닌 관광자원으로 빛을 보게된 내력이다.
다음 해「제1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산수유꽃이 ‘마을을 포함한 골짜기 전체가 살아 있는 화석과 같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의성 산수유 마을이 대상을 받게 된다. 우수 지역자원으로 광주에서 열리는 ‘지역혁신박람회’와 광주 및 전남 함평에서 열리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걷기대회’에 사진들이 전시되었는데 ‘꽃피는 화전리’라는 제목의 박태현 작가의 작품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에 게시되면서 ‘의성 산수유 마을’이 더욱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올해에는 꽃 맞이 행사가 없다. 축제는 없어도 산수유꽃은 올해에도 피었다 진다. 숲실에 꽃길을 걷는 산책로가 있다. 등산과 함께하면 더 좋다. 금성산·비봉산 기암(奇巖)의 산봉(山峯)과의 협연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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