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와 나누는 고향사랑이야기 - 김재규 편
- 투철한 애향심으로 8년간 단촌 명예면장을 하다 -
"우리 고향에 송덕비를 세워 드려야 한다"라며, 단촌 면민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인물이 있다. 바로 8년간이나 단촌 명예면장을 지낸 김재규 씨다.
그는 출향인이지만 아직도 단촌면에 행사가 있다 하면 주머니를 풀곤 한다. 그는 방하리(方下里) 사람이다.
지금부터 500여 년 전에 김해인 한림공파 김윤수 공이 정착하였으며, 그 후 신라 경순왕의 21세손인 의성김씨 김천손(金天孫) 공이 이곳에 학(鶴)을 기르며 살았다고 한다. 이 마을은 남북으로 뻗은 긴 골짜기가 방아채처럼 생겼다 하여 방아리 또는 방하실로 부르고 있다.
단촌에도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그는 재랫재를 넘어 의성읍내에 있는 의성초등학교에 다녔다. 학교에서 과외수업을 할 때는 캄캄한 밤에 혼자 재를 넘을 때가 있었다. 어느 날 고개를 넘는데 마침 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지게꾼의 뒤를 따라오는 도중에 수십 마리의 늑대 울음소리에 놀라 집까지 눈물을 흘리며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34회 졸업생으로서 청주사범중학교에 들어갔으나 입학한 지 4개월 만에 해방이 되자 대구부중을 다녔지만, 당시에 사상 갈등으로 다시 의성중학교로 전학하여 6․25를 맞게 되었고 경찰에 입문했다.
그는 경찰관으로 군위, 청송, 대구 경찰서 등 여러 곳에서 근무하였으며, 경북경찰국 보안과 경위로 승진하였고, 63년 경감으로 김천, 안동, 동대구서에서, 그리고 69년도에는 경정으로 서울 경찰대학에서 71년 총경이 되어 경산, 칠곡에서 서장으로 진급함으로써 경찰 중에서는 가장 승진이 빨랐다. 그가 글을 좋아하고 국장의 연설문을 도맡아 써서 국장으로부터 더욱 신임을 받은 덕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경찰직에서 물러나서도 현대수필로 등단하여 주옥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공과 사를 정확히 구분했다. 대구에서 의성까지 70여 리나 되는 포장도 되지 않은 길을 서장 지프로 고향을 찾아 올만 한데도 버스를 타고 고향을 찾았다고 한다. 경찰서 서장이면 일반인들에게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늘 겸손하고 어른들을 특별히 잘 섬겨서 항상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1976년 정년퇴임을 하고 나서 스승의 날에 중학교 때 수학을 가르치셨던 류승하 선생님을 특별 초청하여 큰 잔치를 베풀기도 했다. 류승하 선생님께서는 달성의 하진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계셨다. 그는 선생님께 큰절을 올리고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진심으로 드렸다. 필자도 류승하 선생님으로부터 수학을 배웠는데, 기하시간에 수학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컴퍼스로 머리를 때리셨는데 얼마나 아팠는지 눈물이 날 정도로 엄하셨다. 하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수학을 배운 학생은 모두 일류학교에 진학할 정도의 수학능력을 갖추게 하실 만큼 실력이 최고이셨다.
그 후 서울로 상경하였지만 항상, 고향에 대한 애향심이 투철하여 출향인사였던 그는 명예 단촌면장으로 추천받았다. 그는 단촌면에 극빈자를 찾아내어 지원해 주라며 당시 김규환 면장에게 500만 원을 내놓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방한복 100벌을 고향의 경로당에 내놓기도 하고 운동회나 체육대회가 열릴 때면 멀다 않고 달려가 지원금을 내놓곤 했다. 단촌면과 전남 법성포와 자매결연이 있을 때는 부인 김말숙 여사와 함께 참석하여 의성의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가정에서도 특별한 모범을 보였다. 그의 백부는 대구사범학교 교장을 지내셨고, 중부와 백형께서도 단촌면장을 지내셨다.
김재규 씨에게는 삼형제가 있었는데 위로는 김재극 씨, 아래로는 김재범 씨로 이 삼형제의 우애가 얼마나 돈독했는지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대소사에 단촌면장을 지낸 백형이 의견을 내놓으면 두말하지 않고 따랐다. 연초에 친조카들이 모이면 40여 명이나 되었는데 그는 조카들에게 가풍과 사회규범을 가르쳤으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단촌 명예 면장을 8년 동안 하면서 단촌면민들의 사업비 등을 아끼지 않고 지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애향심을 실천하다가 작년에서야 단촌 명예 면장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고향을 위해 애써 준 공을 면민들은 지금도 잊지 않고 한결같이 그를 높이 칭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