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顯忠日)과 국민의 정서(情緖)
글/이윤근(목사)
국가가 존재하는 데에는 상당한 전란을 거치게 되어 있고, 모든 국가는 그 전란에서 희생된 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2년도 채 못 되어 6.25동란을 맞았고, 이에 약 40만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였다. 1953년 휴전이 성립된 뒤 3년이 지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자 정부는 1956년 4월 대통령령 제1145호로 매년 6월 6일을 현충일 기념일로 지정하여 공휴일로 하고, 기념행사를 하도록 1975년 12월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어 공식적으로 현충일로 개칭되었다.
추모대상은 6.25동란에 전사한 국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모든 선열의 넋을 기리고 있다. 그러므로 현충일이 단순히 선열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켜져서는 안 될 것이다. 현충일에는 국민 각자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하여야 할 사명을 새롭게 하고, 국민 전체의 화합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하여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친 그들을 위하여 기념일로 현충일을 정해 놓았다면 국가의 어느 기념행사보다 더욱 엄숙하고 경건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행사에 참석한 자들의 정신이 국가를 위하여 나도 죽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평소에 북한을 이롭게 하는 사상을 가진 자들도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생각하고 억지로 그 자리에 참석하여 현충일을 행사의 의미를 격하(格下)시키는 일은 위선자라고 보아야 한다.
생각해보라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단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그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없어진 지도 아마 오래되었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나라의 안보를 위하는 데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나라가 있어야 자신도 있고 가족도 있으며 정치와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진보니 보수니 이것이 국가에 무슨 유익을 준다는 말인가? 진보나 보수를 떠나서 국가의 위기가 닥칠 때는 국가 사수주의(死守主義)가 되어야 한다.
조선왕조 때부터 당파가 국가를 망쳐놓았다. 어느 정당이냐? 당명(黨名)이 중요하지 않고 그 당이 나라와 민족을 얼마나 위하는 당인가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실정을 보면 국가안보는 뒷전이고 오직 정권교체나 정권 쟁탈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호의호식하며 살면서 대한민국을 호시탐탐 노리는 적을 이롭게 하는 사상을 가지고 적을 고무 찬양하며 그들에게 유리하게 언행을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함께 승선(乘船)할 수 없다. 현실을 보라 정신없는 일부 군인이나 국가관이 정립되지 못한 일부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적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했다는 신문보도를 보면 국민으로서 아연실색하지 아닐 수 없다고 말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앞으로 정치인을 선출할 때 국가관이 뚜렷하고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을 선출하여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그들에게 맡기겠다는 국민의식이 있어야 정치인들이 함부로 국가를 해롭게 하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방종과 타락이 아니고 법안에서 민주주의가 꽃이 필 줄로 안다.
현충일은 목적 없이 쉬는 공휴일도 아니고 정말 의미가 깊은 날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초개(草芥)같이 버려, 오늘의 자유대한이 존재할 수 있게 한 훌륭한 조국 선열(祖國先烈)의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내 한목숨 바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손 대대에 물려주겠다는 정신으로 현충일 행사에 참석하는 국민 정서가 정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