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 핀 웃음꽃
긴 겨울이 지날 무렵 나는 그리 크지 않는 나무의 잔가지에서 물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봄이 되면 생기가 도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를 확인하거나 살펴보는 이는 적잖은 수에 불과 한 것으로 안다.
오래되지 않아 망설어지지만 웃음꽃을 보았다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보려 한다.
20여년이 되어가는 사)전통예절진흥회라는 모임을 이끌어가면서 특별한 봉사 제대로 펼치지 못한 가운데 지내오던 중에 노인복지회관이 안계에도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뭇 기대를 가졌다. 누구를 막론하고 나이가 되면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도 일정나이가 되면 이용한다는 마음에 다소 성급하게 서둘렀던 것은 복지회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과 봉사단을 구성하여 동원예식장에서 임시로 설치운영하고 있던 안계노인복지관을 찾아 허드렛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의성군노인복지회관 안계분관이 현 위치에 정식으로 개관하면서부터 지금껏 여러 봉사활동을 펼쳐오면서 마치 마른가지에 물오르는 모습 보듯이 많은 웃음꽃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옛말하나를 생각했다. ‘고목에도 꽃을 피울 수 있다.’라는 말이다.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안색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수시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봉사의 의미가 커졌으며, 또한 나부터 밝은 모습으로 친절하게 모셔야 어르신들에게 웃음꽃을 이끌어 낼 수 있구나 했다.
더 많은 웃음꽃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부족했던 이야기를 드러내면서 부끄럽다는 생각과 함께 새 다짐을 가진다. 그리고 늘 마음속으로 새겨가지는 사명대사님의 글귀를 옮겨본다.
눈 덮인 밤길을 걸어갈 때는(踏雪夜中去)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不須胡亂行)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국은(今日我行跡)
훗날 다른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지니(遂作後人程).
글 / 주태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