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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와 신의성실의 원칙

의성신문 2008. 11. 26. 10:22

간통죄와 신의성실의 원칙

 

-----------------------------글 / 최유철(의성신문 칼럼위원, 법무사)


큰남과 통녀의(간 큰 남자와 통 큰 여자의) 불륜적인 로맨스, 즉 간통죄에 대한 논의가 세간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존폐논란이 뜨겁게 이어져온 간통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네 번째 합헌결정을 내렸다. 혼인제도와 가족생활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있는 간통을 형사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존 견해를 재확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합헌결정에는 이상 징후를 내포하고 있다.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 4명이 합헌이라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합헌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머지않은 장래 간통죄가 폐지될 수 있다는 뜻이 숨어있다.

1992년 형법개정시 간통죄를 폐지하려 했으나 여성계의 빗발치는 비난여론에 불발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부 여성단체에서 간통죄는 국민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가가 남녀간 "침대 비즈니스"에 개입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퍼뜩 들어서는 개그맨 신봉선씨의 독백처럼 "뭐라꼬 씨부리 쌌는지 모르겠다"는 분도 있겠지만, 내꺼 내 맘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세월이 변해 간통죄의 입법목적중 하나인 여성보호는 아내의 외도가 늘어  나면서 그 의미가 점차 쇠퇴해 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찌되었던, 지금까지 간통죄의 주 타깃은 "바람난 남편"이었다.

자! 그러면 여기서 어느 시인의 남편얘기를 들어 보자.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아이를 제일 사랑하는 남자.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밥을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이런 남자가, 사랑이라 잘못 부르는 집착의 불구덩이에 빠질 때 아직도 대부분 약자 일 수밖에 없는 허약한 아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지 않은가?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자기 아들로 만드는데 20년이 걸리지만 다른 여자가 그 남자를 바보멍청이로 만드는 되는 20분이면 족하다. 이것이 간통의 시간적 의미이다.

이처럼 20년 공든 탑이 무너질 때, 간통죄의 울타리마저 없다면 기고만장한 큰남 통녀를 상대로 나약한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가슴 찢어지게 우는 일 뿐일지도.

때를 같이해 상영되는 발칙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헤픈 여자는 사랑 없이도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지만, 사랑이 많은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와만 관계를 갖는 여성이며, 다만 사랑하는 남자가 여럿이 될 수 있을 뿐이라는 메시지는 아무리 성적 개방이 이루어진 사회라 하더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영화 속의 딴 세상일 뿐이다.

특히 이번처럼 간통죄로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위헌을 제기한 유명 여자 탤런트의 입장에서만 간통죄를 재단한다면, 매력도 없고 성적 의사결정이 분방하지도 않는 말없는 다수의 아내들, 여전히 약자인 그들은 어떻게 되는가?

사랑의 허약함과 모순을 수더분하게 받아들이는 별 볼일 없는 우리네 평범한 여인의 사랑도 "어엿한 사랑"이라는 역설로 위로되고 보장되어야 제대로 된 사회라 할 것이다.    

스스로 혼인이라는 법제도의 구속을 받기로 한 자가 성적 자기성실의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형벌을 가하는 것을 부당하게 볼 수 없기에, 가정을 평화롭게 가꾸기 위한 부부사이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