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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이것이 문제다.

의성신문 2008. 10. 22. 00:28

일제고사, 이것이 문제다.



                                                점곡면    김 홍 배


자율과 경쟁을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는 10월 14, 15일 이틀 동안 초등 6학년, 중학 3학년, 고등 1학년 대상으로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국적으로 실시했다. 이는 10년 만에 부활되는 일제고사인 셈이다. 그 동안 전국적으로 4,5% 정도 표집 평가하던 것으로 2010년부터는 평가 결과를 학교별로 3등급(보통, 기초, 미달) 학생비율을 공개한다고 한다.

이 평가를 통해 과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무성을 강화되고 교육격차 해소, 학습 부진학생 최소화 될 것인지? 아니면 학교 간 학력 경쟁으로 학교와 학생을 줄세우기 경쟁으로 내몰리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파행과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것인지? 현 사회 분위기와 학교 실정으로 봐서 전자보다 후자가 될 공산이 더 많아 혼란을 더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먼저 학교 교육이 획일화 될 것이다. 교육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가르칠 내용을 평가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인데, 전국의 학생을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지로 보게 되면 그것은 바로 교사와 학교평가로 이어질 것이 뻔하므로, 학교에서는 문제풀이식 말하면 점수 올리기에 몰두하여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이루어지고, 교사별 학생별 개성과 인성교육 창의력 교육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평가의 객관성을 높인다며 선다형 객관식 문제와 단답형 문제가 주류가 되어  학습의 단순화로 사유하는 사고력은 떨어질 것이 뻔하다. 다양해지는 미래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주입식 점수따기식 교육으로 이 학생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국제적인 경쟁이 있을련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번 일제고사의 주요한 명분인 교육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학교간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다면 이 때까지 해온 표집 평가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지역간 점수 격차는 앞서 한 표집 평가로 벌써 드러나 있으며, 정부는 이미 드러난 지역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데 투자를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일제고사로 160억이라는 예산이 들었다고 한다. 농어촌 지역은 이미 드러났듯이 학력이 낮으므로 이를 해소 하는데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함에도 학교간 줄세우기로 학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본다. 교육복지 예산을 줄이는 이 정부는 학력 저하의 책임을 교사와 학생, 학교에 지우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니뭐니 해도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올 상반기 사교육비가 9.1% 올랐다고 한다. 이는 물가상승 4.7%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가뜩이나 힘든 서민 주머니가 비게 되어 학부모님의 고충과 시름은 쌓여만 갈 것이 틀림없다. 이는 결국 교육의 양극화를 낳을 것이며 도시 빈민과 농어촌은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국가 경쟁력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야기하는 밑바탕이 될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학원가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고 하니 이래저래 돈은 학원으로 몰리게 될 것이고, 학생들은 과중한 공부로 체력이 약화 되고 정신이 또한 피폐해질 것이다.


전국적인 일제고사와 성적 공개로 대입 제도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입 3불 정책 중에서 가장 핵심적 사항인 고교 등급제를 사실상 무력화 시킬 것이다. 결국 특수 목적고나 강남 등 교육 환경이 좋은 지역의 학생들이 입시 경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것이 뻔하고, 농어촌 등 성적이 나쁜 학교 출신 학생들은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것이다.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는 임기 기간 동안 3불 정책이 파기될 것이고, 고교 등급제가 되면 시골은 들러리 밖에 더 될 것이 없다.


이제 앞으로 시험이 봇물 터지듯 할 것이다. 일제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도 교육청과 시군 교육청이 앞 다투어 대비 시험을 볼 것이고, 학교는 학교 나름대로 학급은 학급 나름대로 시험에 목을 맬 수밖에 없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 질 관리와 학생들의 객관적인 학업성취도 측정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보면 점수를 올리기 위해 온갖 편법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죽이는 주입식은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정답 골라내는 기술, 정해진 시험시간 연장하기. 시험문제 사전 누출, 채점할 때 질문과 관련이 조금만 있어도 정답 처리하기 등과 인성 교육에 앞장 서야 할 학교에서 부정 시험이 공공연하게 벌어져도 제재하지 않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 예상된다. 이는 일제고사를 치르는 다른 나라 예에서도 확연히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자녀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님은 시험을 봐야 공부할 것이고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는 정도 하는지 알고 싶어 일제고사를 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아이들만 들볶는 것이 될 것이다. 자기 자녀의 학력 정도는 담임과 대화에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며, 교육은 등위가 아닌 성취도에 있고, 긴 안목에서 자녀의 성장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교육은 점수만이 아닌 올바른 사고, 바른 인성, 건전한 정신과 신체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나라 학생들의 학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2003년 41개 국가.지역 276000명 15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참가국이 공동개발한 국제학습도달도(PISA)를 조사 발표한 것을 보면 우리 나라는 문제해결력 소양 1위, 읽기 소양은 필란드에 이어  2위, 수학 소양은 홍콩-중국 필란드에 이어 3위, 과학 소양은 필란드 일본 홍콩-중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하였다. PISA는 2000년에 처음 실시하여 3년 주기로 조사하는데, 이번에 발표한 것이 두 번 째로 4개 영역에 걸쳐 상위권이다. 문제는 대학 경쟁력이지 초중고가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제고사로 학생들이 받는 고충을 외면하고서, 성적 지상주의로, 경쟁만이 살길이라고 학생들을 다그치는 이명박 정부는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hong00132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