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鳳凰)새는 비동불서(非桐不棲) 비죽불식(非竹不食)이다
물고기는 물을 얻어서 헤엄치되 물의 고마움을 잊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이 있음을 모른다.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가히 물질의 속박에서 벗어나 하늘의 작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고기가 물에 살면서 물을 잊고 새가 바람 속에 살면서도 바람을 잊듯이 사람도 세상에 살면서 세상을 잊을 줄 알아야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고 자연의 숱한 작용을 터득할 수 있다.
고사에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이 있다. 물과 물고기의 사귐을 말한 것으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매우 가까운 사이거나 친밀한 사이를 말한다.
이 말은 삼국지(三國誌) 제갈량 전에서 나온 말이다. 촉한의 임금 유비(劉備)가 제갈량을 매우 사랑하나 관우와 장비 등은 이를 싫어했다. 이에 유비가 “나에게 공명(孔明) 선생이 있는 것은 마치 고기에게 물이 있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물고기는 물 때문에 살고 새는 바람 속에 살면서 은혜를 잊듯이 사람도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일을 잊을 줄 알아야 참다운 천기를 안다고 할 수 있다.
여우는 무너진 섬돌에서 잠자고 토끼는 황폐한 누대 위를 달리니 여기는 모두 그들이 놀던 자리요. 이슬은 국화 잎에 싸늘히 맺히고 연기는 시들은 풀잎에 서리니 여기는 옛날의 쓸쓸한 자리였다. 번성하고 쇠퇴함이 어찌 변하지 않을 것이며 강자와 약자가 어이 영구하겠는가.
수구초심이란 말이 있다. 곧 고향으로 돌아가 묻히고 싶은 마음을 말한다. 이것이 속세에 명리와 부귀를 멀리하고 인생무상을 노래한 것이다.
하늘은 맑고 달은 밝은데 어디인들 날아다닐 곳이 없어 불나방은 홀로 촛불에 몸을 던지고 맑은 샘 푸른 풀잎에 어디인들 먹고 마실 것이 없어 올빼미는 굳이 썩은 쥐를 즐기는가 슬프다. 세상에 불나방과 올빼미가 아닌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달 밝은 창공을 날지 않고 촛불에 몸을 던져 죽는 불나방, 맑은 물 싱싱한 것 제쳐놓고 썩은 쥐를 먹는 올빼미는 마치 속된 욕망에 가득 찬 사람이 위험 속으로 몸을 내던지고 꺼림칙한 것만 마구잡이로 먹는 사람과 같을 것이다.
중국의 전국시대의 혜자(惠子)가 양(梁)나라의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莊子)가 혜자를 찾아갔다. 아직 만나기도 전인데 누군가 혜자에게 장자가 혜자의 관직을 뺏으러 왔다고 무고했다. 혜자는 장자를 체포해 오게 했다. 이에 장자가 혜자에게 말했다. “남쪽에 봉황이란 새가 있는데 그 새는 남극해에서 출발해서 북극해로 가며 반드시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아니하며(非桐不棲)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非竹不食)” 하였다. 이 새가 하늘을 나는데 아래를 보니 올빼미가 썩은 쥐를 얻어 가지고 있다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봉황새를 보고 그 썩은 쥐를 빼앗길까봐 꽥하고 소리를 치는 것이요.
봉황과 올빼미의 우화로서 세속적 명예나 지위를 경시하는 장자의 처세관을 나타낸 이야기이다.
여기 고시 한 수를 적어본다.
渴時一適如甘露 목마를 때 한잔 술은 감로수와 갔고
醉後添盃不如無 술 취한 뒤에 더 먹자고 하는 것은 없는 거보다 못하나니라
色不醉人人自醉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고
色不迷人人自迷 여색이 사람을 유혹하는 것 아니라 자신이 저절로 유혹당하고 있나니라
사람의 마음에는 진실한 경지가 있다. 거문고와 피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평안하고 유쾌해지고 향냄새와 차가 아니더라도 절로 맑은 향기가 풍기니 모름지기 생각을 깨끗이 하고 심성을 공허하게 하며, 염려를 잊고 형체를 풀어버려야 비로소 그 속에 소요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참다운 경지가 있어 음악과 향기로운 차가 아니더라도 물질에 대한 잡념을 없애고 명리에 얽힌 육체를 풀어놓으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사죽(絲竹)은 원래 실과 대란 뜻인데 실로 소리를 내는 현악기(絃樂器)와 대로 소리를 내는 관악기(管樂器)를 총칭하는 말이다. 실로 소리를 내는 악기의 대표는 거문고요. 대로 만든 대표적 악기가 피리이므로 이것이 사죽의 대표 악기이다.
정신이 왕성하면 무명배 이불 작은 방 속에서도 천지가 바르고 화평한 기운을 얻고 입맛이 좋아 무엇이든 맛있게 느낀다면 명아주 국물로 밥을 먹은 뒤에도 인생의 담백한 진리를 알 것이다. 정신이 화창하고 기운이 왕성하면 오막살이에서 엉성한 음식을 먹어도 기운을 깨닫고 인생의 담백한 맛을 느낀다.
천지충화지기(天地沖和之氣)는 천지의 정기로서 천지간에 조화된 하나의 원기를 말한다. 절대적 실체인 도(道)에서 하나의 기가 나오고 그 하나의 기가 다시 둘로 나뉘어져 음(陰)과 양(陽)이 생기고 그 둘인 음과 양이 서로 조화됨으로써 세 번째의 화합체가 생긴다.
이 세 번째 화합체에서 만물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만물은 자체 내에서 음과 양이 상대적으로 업거니 지거니 하면서 지나고 있으며, 음과 양의 두 가지가 혼연일체가 되어 충화(沖和)된 화합체를 이루고 있다고 도가(道家)들은 설명하고 있다. 조용한 아침 한 마리의 새소리는 흥취를 불러 일으키고 푸름 속의 한 송이 꽃은 무한한 생기를 돋운다. 천성은 마르지 않아 사물에 부딪히면 감동이 발함을 알 수 있다.
고시(古詩)에
蟬噪林逾靜하고 매미소리 시끄러우니 숲은 더욱 고요하고
鳥鳴山更幽라 산새 때때로 우니 산은 더욱 그윽하네
송(宋)나라의 문장가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사람인 왕안석(王安石)의 석유(石榴) 시에
萬綠叢中紅一點 온갖 푸르름 속에 붉은 꽃 한송이
動人春色不修多 사람을 움직이는 봄빛은 많을 필요가 없다네
하고 읊었다.
고요 속에 한 마리 새소리 푸르름 가운데 한 송이 꽃은 감동을 유발시키니 이는 내 몸이 아직도 살아 있고 내 정서가 아직도 메마르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 세상 모든 것 신외무물(身外無物)임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