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제729호 가정의 달에 생각나는 정다산 시 독소(丁茶山 詩 獨笑)

의성신문 2022. 5. 10. 09:27

우리나라의 기후는 4계절이 분명하다고 말들 한다.

언제부터인가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긴 겨울에서 벗어나 봄은 오는 듯 가버리고 달아나서 여름의 더위가 시작된다. 질척이는 장마에 밤낮없는 무더위가 사람을 괴롭히다가 가을은 머무를 겨를도 없이 곧장 겨울이 시작된다.

금년도 4월의 더위가 30°를 넘어서고 아침, 저녁은 쌀쌀하며 때로는 서릿발이 비치기도 한다. 늙은이들의 건강관리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바야흐로 5월이 눈앞에 전개된다. 흔히들 말하기를 가정의 달이요. 계절의 여왕이라고 말들 한다. 달력에 표시된 5월의 행사를 살펴본다.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니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높이는 뜻에서 제정된 날이다. 5일은 여름의 첫 절기 입하(立夏). 어린이날이 겹쳐졌다. 못자리 설치, 고추심기, 콩 씨 넣기, 참깨 심기 등 모든 곡식의 파종기이다. 그래서 뻐꾹새는 앞, 뒷산을 오고 가며 뻐꾹 뻐꾹 울어서 씨뿌리기를 재촉한다.

옛날의 시구(詩句)에 포곡처처최춘종(布穀處處催春種)이라고 읊었다. 소파 방정환(方定煥)의 주동으로 제정된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에게 민족정기를 고취 시키고 어린이의 권익을 보호하는 날이다.

8일은 어버이날이다. 조상과 어버이에 대한 은혜를 헤아리고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심을 마음에 새기기 위하여 제정한 날이다. 또 그날은 석가탄신일이다. 그는 불교의 개조로서 성은 고타마 이름은 싯다르타이며 세계 4대 성인의 한사람으로 추앙받는 분이시다.

11일은 입양(入養)의 날이다. 이는 양친과 양자 사이에 친부모와 친자식의 관계와 같은 법률상 효과를 가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신분행위를 말하며 그를 시행하는 날이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를 마음에 지니고 스승 존경을 다짐하는 뜻으로 선정한 날이지만 처음 설정 취지와는 달리 점점 퇴색하여 교사가 학생의 눈치를 살피고 두려워하는 세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이는 만 20세가 되는 젊은이들에게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일깨워주고 축복, 격려하는 날이다.

21일은 여름철의 두 번째 절기 소만(小滿)이다. 만물이 점차로 성장하여 세상에 가득 차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인륜(人倫) 중에 가장 소중한 부부(夫婦)의 날이다. 부부는 결혼한 한 쌍의 남녀가 남편과 아내의 신분을 유지하고 평생토록 사랑하고 돈독한 삶을 영위하자는 날이다.

5월의 마지막인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바다는 지구 위에서 짠물로 미어진 하나의 거대한 호수로 지구면적의 70%를 차지하며 육지의 2.4배이다. 넓고 크고 깊은 자원의 보고 바다를 잘 관리하는 날로 제정하였다.

5월은 한 달 내내 행사의 날이요. 기념일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기상은 맑고 추위도 더위도 아닌 화창한 날씨다.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다. 돌아보면 나를 낳아주신 사람은 부모요. 나를 가르쳐 준 사람은 스승이다. 하여 부모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스승이 제자에게 접근을 조심하여 버릇없는 학생에게 따끔한 질책 한마디 못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국밥 한 그릇, 손수건 한 장, 양말 한 켤레 등 간단한 인정표시도 금지하고 있으니 이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니라 글을 팔고 사는 장사꾼의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위대한 교육자 공자(孔子)도 책거리 떡은 허용했으며 그릇이 큰집 아이를 한 번 더 돌아봤다는 웃지 못할 설화가 남아있다.

 

여기 어버이 그리는 한시(漢詩) 한 수를 옮겨 적는다.

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고요히 서 있고자 하나 바람이 와서 흔들고

子欲養而親不待 자식은 어버이를 모시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적어본다. 그는 진주목사 정재원(丁載遠)의 아들이며 일찍이 자형인 이승훈(李承薰)의 인도로 천주교에 입교했고 교명은 요안이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경사를 배우고 서울에 올라와서 이익(李瀷)의 글을 읽고 시숙(始淑) 제자가 되었다. 식년문과에 급제하고 가주서에 임명되어 벼슬길에 들어섰다. 암행어사가 되어 서용보(徐龍輔)를 파직시키는 강직함을 보였으며 실학에 심취하였으나 서학(西學) 문제로 탄핵을 받고 자명소(自明疏)를 올리기도 하였다. 1801년 신유박해(辛酉迫害) 당시 경상도 장기에 유배되었다가 전라도 강진(康津)으로 이배(移配)되었다. 19년간의 유배 생활 중 많은 저서를 남기고 1818년 이태순(李泰淳)의 상소로 풀려나 여생을 보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누구나 어려울 때를 당하면 선현들이 남긴 교훈적인 시를 머리에 떠올리고 때때로 음미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여기 다산 정약용 선생의 독소(獨笑)라는 글을 옮겨적는다.

有粟無人食 식량은 여유로운데 먹을 자식은 귀하고

多男必患飢 자식이 많은 집안에는 굶주림이 있나니라

達官必憃愚 높은 벼슬아치도 어리석은 경우가 있고

才者無所施 재주있는 사람은 그것을 펴 볼 길이 없네

家室少完福 한 집안에 완전한 복 갖추기 어렵고

至道常陵遲 지극한 도는 항상 무너지기 마련이라네

翁嗇子每蕩 부모가 인색하게 모으면 자식은 방탕하고

婦慧郎必癡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천치 같다네

月滿頻値雲 보름달 밝은 날은 구름이 자주 덮히고

花開風誤之 꽃이 만발하면 바람이 와서 그르치네

物物盡如此 세상일이란 모두 이런 것이니

獨笑無人知 나 홀로 웃는 까닭을 누가 알아줄까?

 

벼랑 끝에 핀 꽃은 위태롭지만 그래도 웃고 섰다.

絶壁雖危花笑立 절벽이 위태로워도 꽃은 웃고 섰으며

陽春最好鳥啼歸 봄 날씨 가장 좋아도 새는 울고 간다네

 

202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