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호-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시작한다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시작한다
활력 넘치는 희망 의성!! 구호로만 쓸 것인가? 아니면 활력 넘치고 희망 가득한 멋진 지역으로 만들 것인가? 이는 의성인 모두가 실현 가능한 꿈으로 가지길 소망하면서 지난 5일간 “행복동네 후쿠이(福井)현”을 비롯한 미에현을 다녀 온 느낌들을 기록해 본다.
이번 답사는 지난 해 우리말로 번역된 '이토록 멋진 마을'(후지요시 마사하루, 김범수 번역, 2016, 황소자리. 원제는 '후쿠이 모델 :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시작한다')이 가이드가 된 셈이다. 더욱이 원 작가의 부인 김향청 씨 조부가 의성군 춘사면 대리 출신이라 작가와 김 씨와의 만남까지 약속을 하고 지난 5월 29일 대구공항에서 오사카행 8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이번호에는 책에 관한 간추린 이야기를 먼저 하고자한다.
작가인 후지요시 마사하루 씨는 1968년生으로 주간매체의 기자를 거쳐 논픽션 작가로 독립해 활동해왔다. 2011년 일반재단법인 ‘일본재건이니셔티브’의 민간 사고 조사 ‘후쿠시마 원전사고 독립검증위원회’의 실무그룹에 참가하기도 했다. 2014년에 창간한 <Forbes JAPAN> 부편집장 겸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후지요시 마사하루의 '후쿠이 모델 : 미래는 지방으로부터 시작한다(이토록 멋진 마을)’는 -노동자 세대 실수입에서 도쿄를 여유있게 제쳐버린 마을. 행복도 전국 1위이며, 초중학생 학력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지역, 일본의 변방 후쿠이는 지금 세계 여러나라가 주목하는 자력갱생 행복마을이다. 대체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질문을 갖고 지속가능한 미래 삶의 방향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후쿠이와 도야마, 오사카와 교토를 거쳐 다시 후쿠이현으로 이어지는 취재를 하면서 교육과 일상, 경제가 유기적인 그물망을 만들어내는 후쿠이 특유의 생존모델을 발견해낸다.
저출산 고령화와 지역 간 불균형 등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20년 먼저 맞닥뜨렸던 일본 후쿠이 지역의 생생한 분투기는 현실을 타개하려 애쓰는 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중요한 참고서 역할을 한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일본 중앙정부와 대도시 시민들을 각성시킨 2015 최고 화제의 책!
아베 총리가 지난 2015년 초 후쿠이현을 찾았다. 사바에시 안경 프레임 공장에 들른 그는 “창의력으로 새로운 활력을 이끌어낸 이곳의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매스컴은 아베의 ‘지방창생’을 연호하며 “이대로 가면 일본은 지방에서부터 소멸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총리가 왜 하필 그 지역을 찾았는지는 자세히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후쿠이에 대한 일본 사회의 폭발적인 관심은 사실 후지요시 마사하루가 쓴 책 《이토록 멋진 마을(원제: 후쿠이 모델福井モデル)》에 힘입은 것이었다.
토착민과 외지인이 얽혀 만들어내는 독창적 에너지!
흔히 지방은 다소 배타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후쿠이와 도야마로 대표되는 호쿠리쿠 지역은 다르다. 도마야현에 있는 항구도시 이와세.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마을이다. 한때 길고양이와 전단지, 주정뱅이들만 즐비했던 이와세가 탈바꿈을 시작한 건 한 외지인에 의해서였다. 바다와 하늘과 시간이 남아도는 이곳의 헌 창고를 개조해 ‘덴카도’라는 명품점을 낸 사람은 수입제품 판매상 시케마쓰 히데카즈였다. 여기에 ‘마스다주조점’에서 3대째 가업을 계승한 마스다 류이치로가 이와세 만들기에 동참했다. 빈 집을 사들여 전통디자인을 적용한 복구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행정이 합류하고 지역민이 적극 가세했다. 이렇게 해서 버려졌던 이와세는 단번에 역사적 풍취 가득한 마을로 변신했다.
“미래가 불안하거든 후쿠이에 가보라.”
2년여에 걸친 취재 과정에서 저자가 만난 후쿠이 사람들은 부지런한데다 평생 현역이고, 여성이 사회에 나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마을 전체가 나서 육아를 하고, 일상 자체가 학교 역할을 했다. 끈끈한 향토애로 뭉쳐 있지만 외지인이 쉽사리 스며들기 쉬운 관용의 풍토가 널리 퍼져 있었다.
오랜 기간의 빈곤과 실패의 역사를 간직한 지역, 첩첩 산으로 둘러싸여 믿을 것은 사람밖에 없었던 마을.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지혜로워질 수밖에 없었던 후쿠이는 지금 일본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가 부러워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힌 21세기에도 세련된 방식으로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는 후쿠이의 생생한 분투기를 그려낸 이 책에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숱한 문제를 해결할 힌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웃나라 한국에 특히 처가의 고향인 의성군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저자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힘겨웠던 경험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동력임을 후쿠이 지역을 취재하면서 깨달았다”고. 그러므로 “지금부터 다가올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가 매우 흥미롭다”고, 그러면서 “의성군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본 언론의 반응 -
▶후쿠이의 행복도가 높은 비결이 뭘까. 그 답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정ㆍ기업ㆍ행정이 선순환하는 ‘후쿠이 모델’에 있다. (…) 눈앞의 현실에 대한 주먹구구식 대처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그에 대한 힌트들이 이 책 속에 녹아 있다. ―〈아사히신문〉 2015년 6월 14일자
▶후쿠이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기술이 14개, 일본 내 1위가 51개나 있다. 그 모두가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것이 더 놀랍다. 이른바 ‘산업 클러스터’라는 개념의 성공모델이 해외가 아니라 일본 내에 있다는 사실을 더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 ―〈요미우리신문〉 2015년 7월 13일자
▶후지요시의 르포는 그야말로 명쾌하다! 후쿠이현은 지방재생의 생생한 모델이자 일본의 북유럽이다. -후나바시 요이치(칼럼니스트, 《축의 이동》 저자)
(다음호에는 ‘모쿠모쿠 팜’ 방문기가 연재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