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계農고 30회 친구야
송년모임안내
안계農고 30회 친구야~
그대 기억하지 않는가?
여름 내내 무성했던 것들이 삭아지고 알몸처럼 드러나는 늙은 호박들, 노랗게 살찐 들판에 예리한 수확의 칼날이 강간하듯 지나가고 드러나는 상처 같은 논 떼기들.
들리지 않는가?
성정에 못 이겨 애먼 코스모스에 발길질하는 숫소의 씩씩거리는 소리, 달콤한 흥분의 끝인 양 툭! 하고 떨어져 퍼-억! 하고 사정하듯 터지는 홍시의 비명소리, 아침이슬에도 헐레 붙은 메뚜기들 날지 못하고 푸득푸득! X빠지게 뛰는 소리.
어떤가 고향이 그립지 않은가?
안계벌을 지키는 허수아비처럼 “농자천하지대본”을 꿈꾸며 보낸 학창시절이 그동안 살면서 섬처럼 생각 속을 떠다니지 않았는가?
그립고 간절한 마음, 김장무우 묻어두듯 묻어두고 겨울 내내 잊고 지내지 않았는가? 모두가 무심했네. 스스로 바쁘다는 핑계로 바쁠 것 같다는 예약핑계로, 그 핑계를 핑계로 지내다보니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
어디에서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로 어떻게 그 세월을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지금 발목을 적신 물길이 같은 자리에서 다시 발목을 적실 수 없듯이 올해, 지금, 당장, 만나지 못한다면 지난 30년을 그렇게 보냈듯이 또다시 기약 없는 세월이 흐르지 말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남은 인생 더 질긴 인연의 동아줄을 엮고, 걸판진 웃음잔치도 벌여보세.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게...
※추신 부탁하네 11월 20일(토) 18시 칠곡 구암동 잔디밭 숯불갈비집으로 나와 주게나.
안계농고 30회 농반모임 총무 011-9502-3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