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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백성을 감화로 다스린 형과 고을원

의성신문 2010. 8. 10. 17:32

동생과 백성을 감화로 다스린 형과 고을원

 

글 / 김창회(의성신문 주필)


삼복(三伏)중에 첫째이고, 하지(夏至)후 세 번째 경일(庚日)인 초복이 지났다. 오늘은 더위가 극에 이른다는 대서(大暑)이다. 장마는 오락가락하고 공간을 채우고 있는 습도는 몸을 감싸고 있어 깨변하지 못한 기분이다. 할 일 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눈에 띠는 고사 몇 토막을 적어본다.

옛날에 목융(繆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형제 4인이 재산과 가업을 함께 하였는데 장성하여 각각 아내를 맞이함에 이르자 네 사람의 아내가 마침내 재산을 나누어 따로 살기를 요구하고 자주 다투었다.

목융은 한탄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이에 문을 닫고 자신의 종아리를 치며 말하였다. “목융아, 네가 몸을 닦고 행실을 삼가하며 성인의 법도를 배우는 것은 장차 일그러진 세상풍속을 정돈하려 함인데 어찌하여 세상풍속은 커녕 집안을 바로잡지 못하느냐.” 하였다. 여러 아우와 제수들은 문밖에서 이 말을 듣고 모두들 머리를 조아려 사죄하고 마음을 고쳐먹어 돈돈하고 화목한 집안이 되었다.

소경(蘇瓊)이라는 사람은 청하(淸河)고을의 원이 되었는데 백성 중에 을보명(乙普明)형제가 토지의 분쟁을 일으켜 여러 해가 지나도록 판결이 나지 않았다. 각기 서로 자기편을 끌어들여 증인 수백 명에 이르렀다. 소경은 을보명 형제를 불러들여 타이르기를 “천하에 얻기 어려운 것은 형제요. 구하기 쉬운 것은 토지이다. 가령 농토를 얻더라도 형제간에 마음을 잃는 다면 어찌하겠는가?” 하고 눈물을 흘리자 고을원이 간절한 충정에 감동하여 많은 증인들도 눈물을 뿌려 울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을보명 형제는 머리를 조아리고 밖으로 나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사죄하였다. 그들은 재산을 나누고 따로 산지 10년 만에 마침내 돌아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는 윗사람이 스스로 느낀 자책이다. 지성이 담긴 따뜻한 눈물이 백성의 마음을 감화시킨 본보기이다.

비누는 몸에 묻은 때를 씻어내지만 눈물은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역할을 하기에 족하였다.

해동지방의 난릉(蘭陵)에 사는 소광(疏廣)은 태자태부(太子太傅)의 높은 벼슬자리에 있었다. 그는 상소를 올려 은퇴하기를 빌자 임금은 황금 20근을 하사하였고 태자 또한, 나라에 공헌한 업적을 치하하고 황금 50근을 내려 주었다. 그는 향리로 돌아와 날마다 집안 식구와 종들을 시켜 음식을 장만하고 술과 밥을 진설하여 친척과 친구 손님을 초청하고 함께 즐겼으며, 집안 식구에게 묻기를 “금이 아직도 얼마나 남았는가? 남은 것을 정리하여 음식을 장만하라.” 고 재촉하였다.

이와 같은 생활이 해를 넘기자 소광의 자손 중에 신임과 사랑을 받는 자가 은밀히 말하기를 “할아버지가 계실 적에 우리집 산업의 터전이 마련되기를 기대하였는데 오늘 마시고 먹는 비용으로 황금을 탕진하게 되었으니 할아버지에게 권하고 설득하여 자손이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농토와 집을 마련하게 하십시오.” 하였다.

소광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어찌 노망하여 자손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돌아보건대 옛날에 물려받은 밭과 집이 그대로 있으니 자손들이 그것을 부지런히 힘쓰면 옷과 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다시 재산을 보태주어 남게 한다면 이것은 자손에게 게으름을 가르칠 뿐이다.” 하고 다시 말하기를 "어질면서 재산이 많으면 그 뜻을 손상하고 어리석으면서 재산이 많으면 그 허물을 더하게 될 것이다." 부자는 언제나 사람들의 원망을 안고 산다. 나는 아직 자손을 교화시키지 못했으나 과실을 더하고 원망을 낳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 금(金)은 임금께서 늙은 신하를 은혜롭게 보살피고자 함이다. 이것은 즐거이 고을 사람들과 종족들이 함께 모여 그 은혜를 나누면서 남은 나날을 보내려하노니 너희들은 참견하지 말라하였다.

위의 세가지 예화(例話)는 형이 동생과 제수에게 자신을 잘못을 꾸짖으며 다스리고, 고을원이 백성을 따뜻한 눈물로 감화시켜 다스리고, 할아버지가 자손을 권계하고 그 허물을 적게 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말들이다.

세상 사람들은 사사로움을 경영하여 토지를 늘리고 자손에게 물려주려고 하지만 이들은 화목과 감화와 근면을 후세에 교훈으로 남겨주었다.

옛말에 은생어해(恩生於害)하고 해생어은(害生於恩)이라는 구절이 있다. 은혜로움으로부터 해로움은 생기고 해로움으로부터 은혜로움이 나온다는 뜻이다. 원수가 은인이 될 수 있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 수 도 있는 것이 인생살이다.

깊이 생각하면 어느 한편에 집착하여 편애하지 말라는 말이다.

은혜와 피해가 수시로 갈아드는 상황에 직면하여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보면 자신도 망가지고 구렁에 빠져 허덕이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항간에서 말하는 양지도 음지 되고 음지도 양지된다(陰中陽, 陽中陰)는 이치가 우리들 인생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우리 모두들 양면성이 있는 현실에서 부딪히고 맞물며 돌아가는 원리는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밤과 낮, 행복과 불행, 실패와 성공, 선과 악, 강자와 약자 모두가 상대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 미래를 다루는 정치판에서는 보수혁신의 갈등적 대립도 지금은 극에 이르렀다.

헌정(憲政)이래 친 여당의 성격을 띠고 보수를 지켜오던 어느 지방이 하루아침에 돌변하여 혁신계 도지사와 혁신계 교육감을 선출하여 혁명적 화제가 되었다. 서민들이 생각하면 교육정책은 일반정치와 달리 전국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야 하는데 그 책임자인 교육감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선거에 부치고 당선된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교육이 지방마다 달라질 수 있는지 심히 걱정될 일이다.

집권 여당에서 같은 당원간에 지도자 선출의 경쟁자로서 선후배의 체계도 없고 동지의식도 져버린 채 저속 된 말로 인신공격을 퍼붓다가 선출이 끝난 후에도 반목은 계속된다. 후일에 무슨 낯으로 대하려는지 도를 넘어서고 말았다. 이런 것이 바로 은생어해와 해생어은의 철학이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한번쯤 생각할 일이다.

지방이나 중앙이나 할 것 없이 각종선거로 인해서 거짓말이 판을 치고 의리는 끊어지는 세월이 되었다.

어느 사람은 붕우유신선거절(朋友有信選擧絶)이라 개탄하였다.

“일월이 밝으려하나 구름이 그를 가리고 강물이 맑으려하나 흙과 모래가 더럽힌다. 사람의 성향은 평온하려 하지만 기호와 욕심을 그를 해친다.

(日月欲明, 浮雲蓋之 河水欲淸, 沙石穢之 人性欲平 嗜欲害之).”

이는 회남자(淮南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