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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 경제도 공짜는 없다.

의성신문 2009. 8. 13. 09:32

정치도 경제도 공짜는 없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부른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겨울철의 감기처럼 누구라도 언제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름난 수상 “처칠”도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성인 열사람 중 한사람이 우울증 환자이고, 유럽에서는 우울증 약을 두통약이나 소화제처럼 먹을 정도로 보편화 되어 있다고 하니 세계적인 걱정꺼리이다.

그 증상은 일시적인 침울한 기분과는 다르다. 종일토록 우울하고 살맛이 안난다거나 체중의 변화와 불면증이 겹치고 피로감과 자책, 집중력 감퇴 끝내는 자살을 시도하는 증상을 우울증으로 진단한다고 한다. 그 원인은 이혼 또는 배우자의 죽음과 같은 급격한 생활환경 변화와 번민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평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면 육신은 욕됨이 없을 것이요, 주변 환경의 돌아가는 형편을 알면 마음이 한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은 누구나 번민에 쌓여있다.

어느 사람이 침노하는 번민을 피하려고 높은 산에 올랐는데 번민은 자신보다 한걸음 앞서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였다. 과거도 미래도 모두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열중하고 산다면 번민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 행복하면 다음 세대에 빚을 지고 산다는 심정으로 오늘 불행하면 행복을 저축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번민은 없고 번민이 없으면 우울증은 없을 것이다.

중국 북송(北宋)의 대유학자 정호(程顥) 정이(程頤) 형제는 그 명망이 대단하였다. 어느 날 이웃 마을의 친구 회갑(回甲)잔치의 초청을 받고 형과 아우가 함께 참석하였다. 여유 있는 집안의 잔치인지라 술과 안주가 푸짐하였고, 놀이의 여흥을 즐기려고 기생도 자리를 함께 하였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즐거울 때 정호는 기생을 불러 무릎위에 앉히고 너무나도 야하게 다루면서 학자의 체면이 구결질정도로 탐색(貪色)하고 있었다. 아우 정이는 형의 처신이 너무도 민망하였으나 다 같이 알려진 신분 때문에 박절하게 말할 수 없어 눈살을 찌푸렸다. 자리가 파하고 돌아오는 길이였다. 호젓한 산길에서 형님의 정중하지 못한 처신을 원망하듯 나무랐다. 형은 태연하게 대답한다.

“나는 당시에 그들과 즐겼을 뿐이요, 지금은 풀리지 않는 글귀로 연구하는 중일세, 하지만 자네는 지금도 그 여자와 놀고 있구려.” “바람이 대밭을 흔들어도 바람이 지나가면 대밭은 조용해지고 기러기가 못 위를 날아갈 때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기러기가 지나가면 그림자는 사라지네.(風來疎竹 雁渡寒潭)”하였다. 과연 철학자다운 얘기다.

사람 사는 세상은 주고받고 또는 받고 주는 세상이다. 생각하면 주고받는 관계의 연속이다. 이것이 조금 나아가서 사고파는 관계가 된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 있어 그만큼 내고 그만큼 가지면 되는 것이지만 주고받는 관계는 단순한 산술적 차원을 벗어나 있다.

인정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무엇이던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받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본능적으로 조건 없이 무한정 내려주는 것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을 내리거나 물건을 주는 것은 예외적이다. 세간에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있다. 주는 것만큼 받는 것, 받는 것만큼 주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세상인심은 나날이 야박해진다. 준 것보다 더 받으려하고 아니면 주지 않고 받기만 하려는 경우도 더러는 있다. 이것이 발전하면 빼앗으려 하고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이것은 개인과 개인사이 단체와 단체 사이 크게는 나라와 나라사이도 그럴 것 같다.

돌아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그와 같은 처지가 아니었는가? 소 몰아주고 쌀 주고 비료주고 돈 주고해도 생떼 쓰는 무리에게는 인심 쓰는 차원이 아니고 힘이 약해서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국민 모두의 공감일 것이다.

토끼는 영리하지만 아둔해서 수중의 용궁에 잡혀갔는데 용왕께서 약으로 쓰려고 하니 너의 간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것은 너는 죽고 나는 살아야겠다는 억지원리이다. 돈 주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도 손익의 계산을 확실하게 하는데 공짜만 바라는 집단은 무슨 심산인지 모르겠다. 못살 때 남에게 신세진 것 잘 살게 되면 갚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이치다.

옛날 어느 임금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내용을 들어보자.

임금은 어느 날 글 잘하는 신하를 모아놓고 나라 다스리는 방책을 적어서 올리라는 명을 내렸다. 몇 사람의 신하가 모여 몇 달 동안 연구하고 동서고금의 정치사를 예로 들어서 5권의 책으로 엮어 올렸다. 임금은 살펴보고 너무 길다.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간단히 줄이라고 명을 내렸다. 그들은 군살을 빼고 간략하게 줄여 1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그도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결국 끝에 가서는 한 장으로 줄이고 한마디 말로 끝을 맺었다.

내용은 “정치도 경제도 공짜는 없다.” 라는 말로 요약하였다. 여당과 야당의 정치 쟁점도 서로간의 조정과 협상의 필요하다. 우리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당의 요구도 들어주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내 욕심은 채우고 너들은 양보하라는 원리는 토끼 간을 요구하는 용왕의 심상이다. 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백성은 누구나 배부르게 먹고 춥지 않게 먹고 춥지 않게 입고 자유스럽고 평화를 누리면서 사는 것이 일차적인 희망이다.

인류는 유구한 역사를 통해 그 희망을 달성하려고 애써왔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그것의 해결이 요원하기만하다. 잘 살고 있다고 자처하는 우리나라도 예착 할 수 없는 어느 날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하고 준비하는 정치가 필요할 것 같다.

춘추좌전(春秋左傳)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준비가 있으면 환란을 당해도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 사즉유비(思則有備), 다시 말하면 편안할 때 어려운 고비를 생각하고 생각이 있으면 미리 준비한다는 글의 내용이다.

글 / 김창회(의성신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