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새해를 기원하며!
글 / 최유철 (칼럼위원, 법무사)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다고 기억되는 70년대 초 어느, 한 겨울 오후였다.
앞에 걸어가는 작은 한 녀석이 뭐라고 흥얼거리는데 한걸음 가까이해서 들어보니 각설이 타령조로 부르는 노랫말이 너무 재미있었다.
"죽은 죽어도 못 먹고 밥은 바빠서 못 먹고, 보리밥은 쪽팔려서 못 먹고 국수는 술술 넘어간다."
"태양은 뜨거워서 못 피우고 아리랑은 아리해서 못 피우고, 거북선은 거북해서 못 피우고 솔은 솔솔 넘어간다."
"양주는 양이 적어 못 먹고 맥주는 맥을 못춰 못 먹고, 소주는 속이 아파 못 먹고 막걸리는 술술 넘어 간다."
보리밥 싼 도시락이 부끄러웠고, 솔담배가 애연가의 사랑을 독차지 하였으며, 막걸리만으로도 풍족한 술자리가 되었던 당시의 사회상을 잘 나타낸 풍자적인 가사가 참으로 기발 나다.
사는게 힘들어 지면 술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경기침체가 뚜렷해진 지난해 9월부터 막걸리 소비량이 크게 늘었고 이는 197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란다.
일부제품은 우리쌀로 만들어서 영양이 풍부하고 도수(6%)도 적당할 뿐 아니라 소주보다 맛이 부드러우면서 아미노산과 유산균이 풍부해 웰빙 술로도 인기가 높다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저것 안 되고, 이것저것 못 먹는 좁은 선택의 폭 속에서 그래도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줄 "솔솔 하고 술술 한 것(?)"들이 있기에 희망의 여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일은 어렵기 마련이고 어려움이 클수록 추억도 많이 남는 법이지만, 경제 한파의 회오리가 세계경제를 난도질하고 있는 현실은 가혹하기 그지 없다.
더욱이, 좋아해서가 아니라 생활비가 적게 들어 여름이 좋았을 뿐인 맨몸에 홑껍데기 하나 걸친 서민들이 맞는 새해는 날씨만큼이나 혹독하다.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지난해 후반부터 인기 웰빙주로 떠오르는 술술 넘어가는 막걸리처럼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소의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해가 바뀌면서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사회, 이웃간의 갈등과 불신이 솔솔 술술 풀어 졌으면 좋겠다.
어느 당 대표의 사자성어 메세지 "석전경우(石田耕牛)"처럼 "소처럼 일해 돌밭을 옥답으로 만드는" 반만년 이어온 끈기가 우리의 삶을, 우리의 사회를 한층 더 밝게 해주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