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신문 후원 제4회 문소백일장 입상자 명단 및 장원 작품
▣ 의성신문 후원 제4회 문소백일장 입상자 명단 및 장원 작품
- 초등부 -
☞ 운문부
▶장원 김나영(의성초등 4), ▶차상 전태용(안계초등 5), 최재호(의성초등 5), 장종옥(금성초등 6), 황영현(의성남부초등 5), ▶차하 박세희(이두초등 4), 이보혜(의성남부초등 5), 조용석(단밀초등 6), 이승환(단밀초등 4), 박나연(의성초등 4), 최선민(의성북부초등 6), ▶참방 김선미(옥전초등 6), 이하영(도리원초등 5), 곽지은(도리원초등 5), 최수연(단밀초등 5), 김소정(춘산초등 6), 김지은(단촌초등 6), 최유진(도리원초등 5), 김진현(단촌초등 6), 김승연(의성남부초등 5)
☞ 산문부
▶장원 최선문(의성북부초등 6), ▶차상 소효진(의성초등 6), 이지수(안평초등 6), 이소영(의성초등 5), 최민희(의성북부초등 5), ▶차하 전상민(단밀초등 6), 이지현(의성남부초등 5), 조해남(점곡초등 4), 배재완(의성북부초등 5), 김두현(의성남부초등 4), 정인혜(단밀초등 6), ▶참방 김다미(도리원초등 6), 윤지예(의성초등 5), 이선영(의성남부초등 4), 배근혜(의성초등 6), 김은화(도리원초등 6), 김도연(금성초등 4), 임효진(다인초등 4), 허유빈(금성초등 6), 이민주(안계초등 5)
- 중등부 -
☞ 운문부
▶장원 권강덕(의성중 2), ▶차상 조윤정(탑리여중 1), 정혜은(의성여중 3), 박민지(의성공고 3), ▶차하 박한은(탑리여중 1), 손혜민(탑리여중 2), 이다희(단밀중 3), 김민정(옥산중 3), 옥은아(춘산중 3), 김지윤(탑리여중 2), ▶참방 김우성(의성중 1), 김진혁(단밀중 3), 이문영(단밀중 3), 이창현(옥산중 3), 정유미(의성공고 3), 김민주(봉양중 3), 김유빈(의성여중 3), 이나경(단밀중 3)
☞ 산문부
▶장원 김찬미(의성여중 1), ▶차상 권소영(안계고등 2), 김민성(삼성중 1), ▶차하 이지애(가음중 2), 오해미(춘산중 2), 조은애(의성여중 3), ▶참방 임다니엘(탑리여중 2), 김소라(단밀중 1), 이예진(봉양중 3), 이창연(의성중 1), 이승진(단밀중 2)
(제4회문소백일장 초등부장원)
매맞는 은행나무
----- 의성초등학교 4년 김나영
은행잎 노랗게 물든 가을날
은행나무가 장대로 매를 맞는다.
투닥투닥 툭툭툭!
긴 장대로 사정없이 매를 맞는다.
아파다는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후둑 후두두둑!
떨어지는 노란 은행
좋은 일을 하고도
매를 맞는 것이 억울하다는 듯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가
부르르 몸을 떤다.
작년 이맘때
매맞은 자국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같은 자리 올해도
매를 맞는다.
(제4회문소백일장 중등부장원)
가을의 달
------------의성중학교 2년 권강덕
창문 틈새로 뻗어나오는
라디오 소리
풀 속에서 흔들거리는
귀뚜라미 소리
지붕 위에 걸려있는 보름달이
두팔을 뻗어 감싸안으면
아! 달빛이 밝구나
높고도 험한 절벽을 깎듯이
한순간
그 까맣고 차가운 밤을
깎아내리는 달빛
가을 밤의 손길은
유독 까맣지만
밝디 밝은 보름달은
밝기도 하다.
온세상이 까만 옷을
입지만
달만은
물가에 앉아있는 둥근 올빼미의 눈
매 마른 내 마음의 우물은
달빛을 받아줄 물이
없지만
하늘에 올려놓은 달은
내 마음의 양지
밤 하늘에 묻힌
어린 송아지의 눈은
달을 걸어둘 하늘이
있었나보다
그러니 깜깜한 밤에도
엄마 젖을 잘도 찾지
나의 마음엔 없나보다
새카만 하늘이
달을 걸어둘
새카만 하늘이
(제4회문소백일장 초등부장원)
가 을
-------- 의성북부초등학교 6년 최 선 문
초록빛이었던 나뭇잎들이 빨간 물감으로, 노랑 물감으로 변해가는 가을. 무지개색의 단풍잎들이 갈색으로 변해 땅에 떨어져 발로 밟으면 ‘사르락’ 거리며 으스러진다. 그 으스러진 낙엽들을 멍하니 바라볼 때면 쓸쓸한 느낌과 우울함이 하나로 통일되어 알 수 없는 기분으로 만든다. 그 알 수없고 이상한 기분이 내 몸 한 구석으로 웅크리고 앉아 날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 으스러진 낙엽을 멍하니 바라보면 어디선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얼굴이 나타난다. 나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되는대로 걷고 또 걸었다. 이웃사람들을 만나도 인사를 하지 않은 채.
작년 가을이었다. 휴일이었던 나는 컴퓨터를 즐기고 있었다. 그 때였다.
“따르릉. 따르르르릉!
빨리 전화를 받으라고 더 큰소리로 힘차게 울었다. 한창 게임 중이었던 나는 게임이 중단된 것을 몹시 불쾌해하며 힘차게 울고 있는 전화를 향해 뛰어갔다.
“여보세요?”
“큰 엄마인데,엄마 계시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뚜그득. 엄마~” 수화기를 건네주고 난 다시 컴퓨터를 향해 걸어갔다. 다시 컴퓨터 게임을 시작하고 있는데 엄마, 아빠께서 오셔서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돌아가실 것 같아 경산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씀 하셨다.
우리끼리 있기 때문에 안동에 있는 언니가 집에 와서 청소와 밥을 해 주었다.나는 잠자리에 누워있을 때, 하느님께 할아버지께서 빨리 나으셔서 건강하시길 기도 하였다.
다음날 아침, 엄마께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경산병원에서 장례식을 치르러 오라고 하셨다. 나는 학교에 가라고 하시는 엄마와 언니를 무시하며 결국 학교에 빠지고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으로 버스에 올랐다.
나는 버스 창문의 광경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골똘히 잠겼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다니 말도 안돼!’ 머릿속에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명절 때,큰집에 갔을 때 큰집 바로 밑에 있는 할아버지 방에 늘 먼저 들렸었다. 그 땐 큰집에 가고 싶어 떼를 쓰며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던 일 그 모습을 보고 할아버지께선 빨대 꽂은 바나나 우유를 주셨는데. 할아버지께서 주신 그 바나나 우유 정말 맛있었는데. 그 땐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한 없이 들었다. 어렸을 때라며 엄마께서 타일러 주셨지만 지금 생각하면 할아버지께 너무 미안하여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할아버지의 시신은 내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신 할머니 무덤 옆에 묻어졌다. 할아버지를 할머니 무덤 옆에 묻을 때 큰 아빠들,고모 모두 우셨다. 나까지 울면 분위기가 너무 울적해질까봐 나는 쏟아져 나오려고 하는 눈물을 참았다. 아픈 것도 잊은 채 입술을 깨물고 속눈썹을 치켜세우고.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잘 해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울고 후회하는 내가 밉다. 그러나 나는 다짐했다.
할아버지를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건강해 질 것을.내가 공부를 잘 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하면 할아버지께서 무척 속상하실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마음은 다 같다.자기 아들은 물론 자기 아들의 딸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렇게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끝내고 할아버지의 방에 들렀을 때, 방에는 할아버지께서 계시지 않으셨다. 늘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계시지 않자 어디선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방 안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예쁘던 단풍잎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땅에 떨어져 사람들에게 밟히며 자취를 감추는 가을. 그 가을은 우리 사람들과 마찬가지이다. 사람들도 건강하고 젊었을 때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누비지만 나이가 들고 아플 때는 자취를 감주고 만다. 지금은 건강하고 13살밖에 안되는 어린 소녀이지만 나도 60년이 지나고 나면 할머니가 되겠지.
지금 할아버지 방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둘이서 찍은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그 사진에는 20세 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만나면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만나서 행복해 하시는 그 날까지.
(제4회문소백일장 중등부장원)
“할아버지, 할아버지”
------------- 의성여자중학교 1학년 김찬미
붉게 물든 뺨을 지닌 단풍잎과 노오란 빛깔로 보물을 숨기고 있는 은행잎, 황금빛 파도치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벼까지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축복들이 모여있는 계절,가을이 어느새 눈앞에 펼쳐져있다.
새파란 도화지가 하늘 위에 펼쳐져 보는이들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가을 하늘을 보고 있으니 작년 추석에 있었던 일이 구름처럼 몽실몽실 떠올랐다.
작년, 2007년 추석은 할아버지와 함께 맞지 못한 첫 명절이었다.
늘 명절 때면 거실에서 밤을 까시다가 우리가 도착하면 슬그머니 동네 슈퍼로 나가셔서 간식거리를 한 아름 사다주시던 우리 할아버지가 그해 설 바로 다음날 높다란 하늘 저 멀리로 기나긴 여행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한 분의 자리가 그렇게 컸던가,엄마를 도와 일을 잠깐씩 거들면서도 느껴지는 허전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늘 밤을 까시며 앉아계시던 그 자리가 비어있었고,온화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시던 그 모습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영상처럼 내 가슴속에만 남아있었다.
추석 당일이 되었을 때 친척분들과 가족과 함께 성묘를 하러 갔었는데 그 곳에 할아버지묘에 비석 하나가 더 세워져있었다.더 좋은 곳에 가셨다는 것을 알고 믿고 있지만 정말 그 곳에 서 있었을 때의 느낌이란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허전함,쓸쓸함 같은 것이였다.매년 짧게만 느껴졌던 추석 당일이 지루하게도 길게 지나가는 듯 했고,어른들의 얼굴에도 미소 뒤에 쓸쓸함이 묻어져 있는 것 같았다.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하고,아파서 병원에 누워 계실 때에도 곁에 있으면서 지켜드리지 않고 재미삼아 오고갔었고,할아버지께 좋은 손녀가 되어드리지 못 했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떠올랐던 일들이 갑자기 그 순간 다시 한번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바깥 모습은 매년 같은 단풍과 은행잎, 새파란 하늘과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인데도 우리가족들에게서만 작년과 다른 쓸쓸함과 허전함이 함께하는 것 같아 우울해졌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던 중 동생들이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았다.
“찬영아, 우리 밖에 나가서 놀래?”
“응, 언니.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해, 우리 게임하자.”
아무 생각 없이 마냥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 하고 있는 동생들의 모습을 보니 순간 쟤들은 도대체 생각이 있는 아이들인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할아버지를 사랑했던 동생들이기에 내 생각을 고쳐보기로 결심했다.
‘좋은 곳에 가신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우리보다 먼저 오셔서 먼저 떠나신 것 뿐이야. 할아버지를 잊어서도 안 되지만 먼저 가셔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옳은 일일거야. 할아버지께서도 그 렇게 생각하실 거라 믿고 싶어.’
그렇게 마음먹고 집 밖으로 나와 보니 아까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우리 가족들도 그 아름다운 모습에 함께 어울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명절이 되거나 할머니 댁에 들리게 되면 언제나 할아버지 생각이 나도 모르게 영상이 넘어가듯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일로 계속 슬퍼하지 않고, 그 감정들을 빨리 극복하고 다시 웃을 수 있다.그때 맞은 추석 덕분에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었고 후회되는 일들을 반성해 보며 앞으로 내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으로 후회없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나가기로 결심해 볼 수 있었다.
하늘이 주신 축복의 선물들이 모여있는 가을, 너무 완벽하게 아름답기에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이 계절에 나는 좀 더 성숙해 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