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과 우농순
우생순과 우농순 !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 당시 국내 실업팀은 5개, 국가대표선수 일당은 2만원, 선수가 모자라 은퇴한 선수를 불러야 했고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선수들이 대한민국에서는 무적(無籍)의 실업자였다.
악조건 속에 유럽의 강호들과 힘겨운 싸움 끝에 만난 마지막 상대는 실업팀 1035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핸드볼이 국기(國技)인 나라 세계 최강의 덴마크. 전 국민의 응원과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 상대에 맞서 열악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야만 했던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선수들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었고 온몸으로 볼을 던지고 악착같이 막아냈다.
역전 재역전, 연장 재연장, 127시간의 사투 끝 승부던지기에서 분루를 삼키고 말았지만 마지막 땀 한 방울, 호흡하나 까지 모두 쏟아낸 그녀들은 한 점의 후회도 없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냈었다.
이처럼 전 세계를 감동시킨 그녀들의 아름다운 투혼을 그린 영화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서 줄인 말이 "우생순"이다.
새해 초 대통령 당선인께서 관람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난 1월 29일 영화 속의 그 주역들이 일본을 대파하고 북경올림픽 출전권을 따냄으로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다시 맞이할 기대와 염원으로 이어지는 순간순간이 희망의 세월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말머리를 돌려. 그러면 "우농순"은 무엇이던가? "우리 농촌 최고의 순간'을 줄여 본 말이다.
정녕 희망의 빛은 어디에 있는가? 뭔가 살맛나는 일은 없는가? 우리 농촌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는가? 이러한 상념 속에 금방 보낸 설 연휴는 추석과 함께 일년에 두 번뿐인 우리 농촌 최고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단 못해지지만 설 전날부터 전국 곳곳의 차들이 고향 터에 당도하여 편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차량이 넘치고 사람들이 왕래하고 자식 손자들을 맞는 촌로(村老)의 얼굴에는 이마의 주름살만큼 굵직한 웃음이 가득하다.
우리 농촌 최고의 순간이 시작된 것이다. 늘 이랬으며 살만 할 텐데 라는 생각은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단어의 뜻이 말하듯 순간은 잠시이다.
살맛나던 촌구석에 떠나는 자식들의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멍하니 선 노부모의 눈앞에 가슴 횡 한 적막이 드리우고 만다.
"우리 농촌 최고의 순간" 우농순은 그렇게 순간에 머물다 사라져갔다.
그 순간을 뺀 나머지 긴 시간. 우리농촌은 위기의 세월 속에 허우적대고 있다.
기름 값, 사료 값 폭등으로 아우성치는 농축산업은 농촌몰락의 파열음을 보내고 있다. 우생순과 우농순! 그 희망의 씨앗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할 수는 없는가?
대통령 당선인께서 우생순을 관람하셨듯이 우리 농촌 위기의 현실을 잘 보살펴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최유철(의성신문 칼럼위원, 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