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의 역할과 자녀들의 길
어버이의 역할과 자녀들의 길
김규환(전 의성군청 공무원)
복잡다단하고 급변하는 현대사회 재편되고 되어야할 가치관속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을 크게 나누어 보면 생(生) 양(養)교(敎)의 3역(役) 이 아닌가 한다.
목숨을 점지해 주는 일 기르는 일 가르치는 일이다.
자녀를 잉태해서 출산하는 일(生)보다 성(聖)스런 일은 없을 듯하다. 서양격언에 천칭(天秤)에다 지구(地球)와 사람을 올려놓으면 사람을 올려놓은 쪽이 더 무거워서 기울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구 땅덩어리 보다 더 귀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요, 인간의 존재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을 낳는다는 것은 성스럽고 고귀한 행위이나 그만큼 고통이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머니가 피와 살로 목숨을 빚어 죽음을 각오하고 탄생 시키는 것이 자녀의 출산이다. 출산의 기쁨이 지상의 어떤 기쁨보다 크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낳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게 기르는 일(養)이다. 우선 튼튼하게 길러야 하고 바르게 길러야 하고 착하고 검소하고 겸손하게 길러야 한다. 가르치는 일(敎)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어쩌면 가르치는 일이야 말로 부모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옮게 깊게 넓게 넉넉하게 가르쳐야 하고 의롭고 인자하게 예의바르게 가르쳐야 하며 남을 위하여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사람답게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가정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교육의 기능을 손꼽아 보면 첫째가 생활교육 둘째가 예절교육 셋째가 안전교육 넷째가 감성교육이다. 옷은 어떻게 입고 밥은 어떻게 먹고 세수는 어떻게 하고 공부를 할 때 잠을 잘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등을 가르치는 것이 생활교육이요, 인사는 어떻게 하고 부모는 어떻게 모시고 형제자매간에는 어떻게 지내고 스승이나 웃어른은 어떻게 대해야하는가 등을 가르치는 것이 예절교육이다.
길은 어떻게 걷고 차는 어떻게 타고 물 조심 불조심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을 가르치는 것이 안전교육이요 기쁠 때 기뻐 할 줄 알고 슬플 때 슬퍼할 줄 아는 교육이 감정교육이다.
우리네 가정이 이러한 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가정에서 해야 할 교육기능을 부모들 스스로가 외면하거나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잠자리 보기에서부터 옷 입는 일 밥 먹는 일 책가방 챙기는 일 심지어 숙제나 학용품 사는 일 까지 자상(?)한 엄마가 다 해 주는 건 아닌지.. 먹고 싶은 음식 입고 싶은 옷 갖고 싶은 장난감도 부모욕심 대로 다 마련해준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서 노예처럼 전락하고 자녀는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비뚤어지게만 자란다. 생활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래 맹목적 헌신에 부응하는 자녀가 된다면야 그래도 괜찮겠지만 안전교육 예절교육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가정교육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이 감정교육이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도 울지 않는 손자 손녀가 수두룩하다.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울 줄을 모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관계도 잘 모르는 것 같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사랑을 받고 감호(監護)를 받아본 일이 없기 때문에 도시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슬프지 않는데 어떻게 울겠는가?! 아버지 어머니가 슬프게 목을 놓아 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서 아버지 왜 울어? "엄마 슬픔이 뭔데?"하고 반문하는 정서적 미숙아 감정적 불구아"이런 세대를 우리 부모들 스스로가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반성해 봐야 하겠다.
지금 우리사회가 또 우리들 부모가 무엇보다 우선해야 될 것은 우리들 2세, 우리 자녀들의 감정교육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정육(情育)이라고 할까? 학교교육에서도 지육(知育), 체육(體育), 덕육(德育)을 부르짖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욕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육이라는 것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주입식 교육이 전부인듯 하고 체육은 선수 몇 사람 교기 한 두 종목 육성하는 정도를 못 벗어나는 듯 하고 덕육은 또 어떻게 하는 건지 교육을 받을수록 영악하고 지능화하고 불성실 한 사람만 늘어나는 것 같으니 교육과 인성 사회적기여도는 비례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니 말이다 각 가정에서 부모들이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자녀들에게 감정교육. 정서교육을 시켜야한다 인격형성 인간성도야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정(情)이다. 기쁠 때 기뻐할 줄 아는 사람 슬플 때 슬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방학을 여가를 이용 고향(시골)에 있는 친척집이나 멀리 여행을 보내어 외로움을 경험시키자 양노원이나 고아원등 수용시설의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병원 등을 찾아 간병 등의 봉사활동도 시키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영농에도 참여 농촌도 배우는 등 괴롭고 힘든 체험도 해서 인내력 지구력 자력 자립 자활정신도 길러야 한다. 슬픔을 모르고 외로움과 괴로움을 모르고 부족(貧乏)함을 모르는 자녀는 견실(堅實)하고 강건(剛健) 한 2세가 될 수 없다 누구나 욕심에 분위기에 휩싸여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체로 부모가 자녀보다 오래 살 수는 없다. 언제까지 이래 극성스럽게 보살피고 뒷바라지를 해야만 하는가? "각박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기러기아빠"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시대에 어버이가 해야 할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듯하다.